[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 출신 유력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60)의 야만스러운 살해가 사전에 계획됐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으며, 정보 요원들에게 책임을 돌리려는 사우디 측 설명은 터키와 국제사회에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의회 연설에서 카슈끄지 암살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터키는 모든 의문이 풀릴 때까지 카슈끄지의 죽음을 조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어 카슈끄지 시신의 행방을 아직 알 수 없다며, 사우디 측에 시신을 가져간 ‘현지 협력자’의 정체를 밝히라고 촉구했다.
사우디 왕실에 비판적인 보도로 유명한 카슈끄지는 지난 2일 터키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간 것을 마지막으로 종적이 사라졌다. 사우디 왕실의 지시로 암살단이 그를 고문 끝에 살해하고 시신을 절단했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당초 카슈끄지가 제 발로 총영사관을 걸어 나갔다고 주장했던 사우디 측은 파장이 커지자 실무자와의 몸싸움 끝에 사고로 사망한 것이라며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
터키에서 실종된 사우디아라비아 유력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진=로이터 뉴스핌] |
터키 수사당국은 카슈끄지가 영사관 내에서 살해돼 시신도 절단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터키 소식통에 따르면, 터키 당국은 살해 당시 상황이 녹음된 오디오 파일을 입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연설 도중 오디오 파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카슈끄지가 살해되기 전날 3명의 사우디 요원이 정찰 임무를 띄고 이스탄불에 도착해 보스포루스해협 남동쪽의 얄로바시(市) 등 현장을 답사했으며, 살해 당일인 이튿날 총 15명의 요원이 총영사관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또한 카슈끄지가 총영사관을 방문한 당일 감시 카메라에서 하드 드라이브가 제거됐고, 오전에는 총영사관에서 카슈끄지에게 방문 약속을 확인하는 전화까지 걸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15명이 왜 살해된 날 이스탄불에서 만났는가? 우리는 이에 대한 답을 찾고 있다. 이들은 누구의 명령을 받은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는 카슈끄지의 죽음이 우발적인 사고라는 사우디 측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하며, 계획 살인이라는 주장에 무게를 싣는 발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사우디 측의 답변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밝혔으나, 미국 동맹으로서 사우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사우디에 대한 경제 제재에는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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