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균열 커질수록 북한과 중국은 '회심의 미소'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지난 몇 개월 동안 추가적인 대북 조치를 두고 막후에서 한미 간 이견이 점차 확대되면서 한미 동맹에 금이 가고 있으며, 이에 북한과 중국은 아마도 회심의 미소를 짓게 될 것이라고 21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가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북한이 지난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관계를 새롭게 수립하기로 합의했는데, ‘관계 재정립’을 두고 한국과 미국, 북한이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북한은 관계 재정립이 대북제재 완화를 수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한국은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경제협력에 속도를 내려 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경제적 고립이 북한의 핵 포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 하에 대북 제재 강경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입장 차이는 지난 8월 미국 주도하에 유엔군사령부가 남북 철도 공동조사 승인을 거부하고 최근 미국 재무부가 한국은행들에 대북사업과 관련한 선제적 경고 메시지를 보낸 데서도 두드러졌는데, 애널리스트들은 앞으로 이 같은 긴장 수위가 더 높아질 것으로 우려했다.
미국은 남북 경협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대한 경제적 보상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아직 비핵화를 향한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도 않은 북한에 그러한 보상을 주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긴장 완화라는 당위성을 부여하고 있어 미국이 공개적으로 문 대통령을 비난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북한에 대한 우선순위가 다르기 때문에 미국과 한국 간 이견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이 중국과 마찬가지로 한반도 긴장 완화를 바라고 있으며, 좀 더 수용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데, 미국은 이를 시기상조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책 수립자들은 대북 ‘최대 압박’ 작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은 것이 올 초 김정은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이는 데 있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최근 비핵화와 관련해 미국과의 논의 속도가 더뎌진 것은 일부 대북 제재 완화 주장에 김 위원장이 고무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와일드 전 선임보좌관은 반면 문재인 정권은 남북 관계 개선이 북한 비핵화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판단하는데, 미국은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 애널리스트들은 미국의 대북 강경 기조에 상당히 비판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편 지난해 미국 주도의 대북 최대 압박 추진에 앞장섰던 중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대북 경제 제제 완화를 시도하고 있다.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대사는 중국이 계속해서 유엔 제재를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면서도, 미국이 대북 관련 좀 더 유연한 접근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FT는 오랜 한미 동맹에 이처럼 균열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가 나오면, 한미 동맹을 반대해 온 북한이 이를 반길 뿐만 아니라 미국과 무역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환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미국은 한국과 중국의 이러한 대북 기조로 인해 자국 협상력이 약화되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