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교차관 "군사적 대응 가능"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모스크바 도착, 푸틴 만난다
"美 INF 파기 배경 중 하나는 '中 견제'"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러시아가 합의를 위배했다며 미국이 냉전 시대 옛 소련과 체결했던 약 30년 된 중거리핵전략(INF) 조약을 파기할 것이라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한 것과 관련해 러시아가 군비 경쟁에 불붙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면서 필요하다면 군사적으로 대응하겠다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은 "우리의 미국 동료들과 달리 우리는 이 문제의 심각성과 안보와 전략적 안정에 대한 INF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미국이 계속해서 조잡하게 행동하고 이란 핵협정부터 만국우편연합(UPU)에 이르기까지 각종 협정과 체계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다면 우리는 군사적인 것을 포함한 대응을 취하는 방향으로 기울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까지 우리는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말했다.
INF 조약은 지난 1987년 12월 8일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이 옛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서명한 조약이다. 양국의 단거리와 중거리 핵무기, 순항미사일의 보유 및 실험, 배치를 금지하는 내용의 조약이 담겨 있어 당시 냉전시대 군 무기 경쟁을 종식한 문서로 평가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11.6 중간선거를 앞두고 네바다주 엘코에서 열린 선거 유세 지원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러시아가 안타깝게도 합의를 이행하지 않아 합의를 파기할 예정이며 우리는 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러시아 정부가 즉각 유럽에 핵 공격을 개시할 수 있는 지상발사 시스템을 개발하고 구축했다고 믿고 있으며 러시아는 그러한 INF 위반을 계속 부인해 왔다.
해당 소식에 독일 외교부의 하이코 마스 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 조약은 30년간 유럽 안보의 중요한 기둥이었다"며 INF 파기를 재고려할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 촉구했다. 반면, 영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조약 파기 발언에 지지를 보냈다. 개빈 윌리엄슨 영국 국방장관은 러시아가 INF 조약을 위험에 빠뜨렸다면서 절대적으로 미국과 함께한다고 밝혔다.
선거 유세 현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이 해당 무기 개발 중단에 합의하지 않으면 미국이 무기를 개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는데 뉴욕타임스(NYT)는 INF 서명국도 아닌 중국을 그가 언급한 것에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진단했다.
매체는 러시아가 조약을 위반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과 더불어 서태평양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 중국을 저지하기 위한 것도 조약 파기 배경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조약 서명국이 아니기 때문에 사거리가 수천 킬로미터에 이르는 중거리 핵 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그 어떠한 제약이 없다는 것이다. 또, 서태평양 지역에 무기를 배치하는 등 중거리 핵 무기 개발을 할 능력이 있는 중국에 대항하는 조치에 있어 INF 조약은 미국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모스크바에 도착해 이틀 동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고위 관료들을 만난다. NYT와 FT는 볼턴 보좌관이 미국의 INF 파기 뜻을 전달할 것이라며 이란 금수조치 시행을 앞두고 러시아의 협력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