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출점 전략과 사후 관리로 부실 점포 방지해
일본, 동종 및 이종 브랜드 모두 거리제한 규정 전무
[서울=뉴스핌] 박준호 기자 = 국내 편의점 가맹점주들이 최저임금 인상과 과다 출점에 따른 출혈경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일본 편의점의 경우 까다로운 출점 전략과 철저한 사후관리를 통해 무분별한 출점을 억제하고 부실 점포를 방지하는 모습이다.
19일 일본 프랜차이즈협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일본 주요 편의점 8개사의 점포수는 5만5483개다. 지난해 같은 기간 5만5359개보다 0.7% 증가하는데 그쳤다. 작년 8월 점포수 증가율(1.6%)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상승세가 반토막 났다.
그러자 기존점 매출이 살아났다. 지난해 점포수가 1.6% 늘어날 때 0.9% 감소했던 기존점 매출은 증가세가 반으로 줄어든 올해 8월에는 1% 신장한 8731억엔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 외형 키우던 일본 편의점, 이제는 질적 내실화 추구
일본의 경우 편의점 거리제한 규정이 전무하다. 이종 브랜드뿐 아니라 동일 브랜드 간에도 마찬가지다. 점포당 인구수도 2270명으로 국내(1370명)보다 훨씬 여유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장 증가세는 한국보다 10배 낮은 수준이다.
사실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일본 편의점 역시 빠른 속도로 외형을 키워왔다. 최저수익보장제가 자리 잡은 90년대에도 점포수는 두 자릿수 고속성장을 이어갔다.
올해 8월 일본 편의점 통계 조사[자료=일본 프랜차이즈협회] |
이처럼 5년 전까지만 해도 연간 6%대에 달하던 점포 증가율이 급감한 것은 과포화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질적 내실화에 초점을 맞춘 일본 편의점의 철저한 심사와 관리 덕분이다.
먼저 일본의 경우 무분별한 출점을 방지하기 위해 출점 조건과 절차가 상당히 까다롭다. 일본 세븐일레븐은 60세 이하의 건강한 사업주를 기본으로 부모·형제 또는 자식 등 경영에 전념할 수 있는 가족 2명이 있어야 창업 조건에 부합한다.
계약기간은 기본 15년이며, 개점을 위해선 창업설명회부터 5차례 이상의 면담과 선배 점주와의 만남, 연수원 교육 등 최소 10단계 이상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설명회 참석부터 개점까지 약 3~6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반면 한국 세븐일레븐의 경우 설명회 참석부터 개점까지 45일 내외면 충분하다.
◆ 일본 편의점 일매출 및 영업익, 한국의 3.4배와 2배
또한 일본은 부실 점포를 방지하기 위해 ‘고수익 단일점포’가 핵심 전략이다. 점포 대형화를 통해 방문객수를 더 많이 확보하고 다양한 서비스와 고마진 상품 구색을 늘릴 수 있다.
이는 수익 상승으로 이어진다. 실제 일본 편의점은 국내보다 일매출은 약 3.4배, 영업이익률은 2배에 달한다. 객단가 역시 일본은 622.8엔(약 6275원)으로 국내 편의점 객단가(5541원)보다 13.2% 높다.
가맹수수료(로열티) 정책도 저매출 점포에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적용한다. 일본 세븐일레븐의 위탁가맹형태(C타입)의 경우 슬라이딩 스케일(차등제) 방식을 적용해 매출이 높을수록 높은 로열티를 부과한다.
일례로 가맹점의 한 달 매출총이익이 400만엔일 경우, 0~250만엔 구간까지는 로열티로 56%를 수취한다. 나머지 150만엔의 매출에 대해선 66%를 가져간다. 이 경우 최저보증제도에 해당하는 164만4000엔 수준인 161만엔이 점주의 월수입이다.
그러나 최저보증액을 지원할 필요가 없는 고분위 매출 구간에 들어서면 로열티가 급격히 올라간다. 550만엔 이상의 매출 구간에서는 로열티가 무려 76%까지 치솟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세종시에 한 편의점을 방문해 가맹점주로부터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사진=뉴스핌] |
개점 이후에도 철저하게 관리한다. 일본 세븐일레븐은 약 2600명의 점포 경영 상담원(OFC)을 통해 가맹점에 세밀한 경영 컨설팅을 지원한다. 한 명당 평균 7~8곳의 가맹점을 담당한다. 한국 세븐일레븐의 경우 본사관리직원(FC) 한 명당 가맹점 15곳을 담당하는 상황이다.
◆ 개점 후 철저한 운영관리가 점포 확대만큼 중요
부실 점포를 방지하기 위해 철저한 컨설팅을 진행하는 만큼, 운영 관리도 상당히 엄격하다. 대출을 이용해 적은 자기자본으로 무분별하게 점포를 늘리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자기자본이 150만엔을 하회할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정해진 근무 시간을 지키지 않거나, 재고품 관리를 소홀히 하고 매장을 청소하지 않을 경우도 계약 해지 사유가 된다.
일본 세븐일레븐은 경영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하는 등 5개의 즉시 해지 조항과, 23개의 예고 해지(서면 경고 이후 10일이 지나도 개선되지 않을 경우) 조항을 갖추고 있다.
국내 편의점도 위기에 몰린 가맹점 보호를 위해 최근 이 같은 사업 전략을 취하고 있다.
조윤성 한국편의점산업협회 회장은 지난 10일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단순한 수익 보장 정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며 “가맹점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물류·IT투자나 근접출점 제한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각 편의점들은 기존 개발팀에서만 이루어졌던 개점 전 단계를 영업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4단계 현장 모니터링을 통해 정밀한 매출 검증을 거치는 등 신규 출점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국내 편의점의 출점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절반 이상 감소했다. 출점이 둔화되면서 점포당 매출액은 7개월째 상승세다.
국내 편의점들은 앞으로도 첨단기술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과 상품 경쟁력을 강화해 점포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