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회계 감리 길어지며 증권신고서도 못내
공모까지 대략 한달 소요...물리적 시간 부족
SK루브리컨츠·카카오게임즈 등 대어 줄줄이 낙마
3Q까지 누적 공모액 1조6847억 그쳐
전문가들 “대외 환경 불투명...내년엔 좋아질 것”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하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던 현대오일뱅크 상장 여부가 여전히 안갯속이다. 모기업인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사 전환과 맞물려 상장 작업이 속도를 냈지만 금융당국의 감리 절차가 예상보다 길어지며 일정이 꼬였다.
이에 일각에선 현대오일뱅크 상장이 해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올해 공모 규모가 지난해 3분의 1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당국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현대오일뱅크에 대한 회계 감리 절차를 밟고 있다. 현대오일뱅크가 지분 60%를 보유한 현대쉘베이스오일의 수익 인식과 관련해 회계처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하기 위한 조치다.
당초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7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한 데 이어 8월13일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은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뒤 공모에 나선다. 증권신고서 제출 이후 공모까지는 대략 한달반에서 두달 정도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금감원이 현대오일뱅크를 감리 대상 기업으로 지정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상장예심 청구 직전 자회사 현대쉘베이스오일을 종속회사에서 계열회사로 변경한 부분에 대해 정밀 감리에 착수하면서 상장작업이 ‘올스톱’됐다.
통상 감리 대상에 포함된 기업은 감리 기간 중 상장 절차가 중지된다.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의 감리가 최장 80일까지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난 8월 중순부터 시작된 현대오일뱅크의 회계 감리 작업은 11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이형석 기자 leehs@ |
문제는 이 경우 현대오일뱅크의 연내 상장은 사실상 무산된다는 점이다.
현대오일뱅크와 같은 초대형 기업은 기업공개시 국내 기관 뿐 아니라 해외투자자들의 관심도 매우 높다. 때문에 해당 기업들도 해외 수요 확대를 위해 해외 IR을 개최하는 등 글로벌 세일즈에 총력을 기울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해외 투자자 대상 공모를 진행하기 위해선 발행사의 결산자료 작성 기준일로부터 135일 안에 납입 등 상장 일정을 마쳐야 하는 ‘135일룰’이 적용된다. 만약 현대오일뱅크가 반기 결산자료(6월말)를 바탕으로 공모를 진행하려면 10월 중순까지는 수요예측 및 일반투자자 청약, 납입을 마무리해야 한다. 물리적으로 남은 시간이 겨우 2주 남짓 남은 셈이다.
때문에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IPO 성과가 전년 대비 급감할 것으로 우려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누적 공모액은 1조6847억원으로 6조5077억원을 기록한 전년 동기 대비 30% 수준으로 떨어졌다. 당초 최대 8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무색한 대목이다.
이미 상반기 최대어로 꼽혔던 SK루브리컨츠가 수요예측 부진으로 상장을 포기했고, 코스닥 최대 기대주인 카카오게임즈 역시 한국공인회계사회의 일반감리 절차로 내년까지 미뤄졌다. 여기에 공모금액 2조원으로 평가받는 현대오일뱅크마저 연내 상장이 물건너가면 올해 IPO시장은 사실상 흉년이란 얘기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공모액이 1조원을 상회하는 상장사가 잇따라 모습을 드러낸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대어(大魚)’가 없었다”며 “상장 추진 기업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리가 보다 세밀해진 것도 전체 공모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올해 공모액 1위를 차지한 것은 1979억원의 애경산업이다. 지난해 공모액 1위에 오른 넷마블게임즈가 2조6000억원을 달성한 것과 비교하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그나마 1000억원을 넘은 기업도 8월 상장한 롯데정보통신(1278억원)과 티웨이항공(1920억원) 등 단 2곳에 불과하다.
다만 내년에는 투자심리 회복과 함께 IPO시장도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장에 실패한 기업들이 내년에 공모에 나서고 호반건설, 바디프랜드, 카카오뱅크 등 잠재적 후보군까지 충분해 IPO 기근 현상이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다른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변동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시장의 유동성 역시 풍족한 상태”라며 “내년에는 수요·공급이 충분하고 올해보다 대외 환경이 좋아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활황을 기대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