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70년 넘게 가려졌다는 의혹을 받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州) 가톨릭 성직자들의 ‘성범죄 스캔들’ 수사가 시작됐다.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 법무부가 펜실베이니아주 가톨릭 사제들의 성범죄 의혹에 대해 수사를 시작했다고 로이터통신, CNN 등 외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성폭력 피해자 대표 단체에 따르면 연방정부 차원에서 미국 가톨릭 교회의 성폭력 및 은폐 의혹을 수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법무부는 펜실베이니아주 교구 8곳 중 최소 7개 교구에 소환장을 발부했다. 앨런타운, 이리, 그린스버그, 해리스버그, 필라델피아, 피츠버그, 스크랜턴 등 교구 7곳은 연방법원 소환장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피츠버그 교구 대변인인 레브 니콜라스 S.바스코브는 CNN 인터뷰에서 “법무부 소환장을 받았다. 펜실베이니아 성직자들의 성학대 혐의에 관한 어떤 수사든 모든 조사에 전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펜실베이니아주 검찰은 지난 8월 교구내 가톨릭 성직자들의 성폭력 혐의를 조사한 884쪽 분량의 대배심 보고서를 공개했다. 검찰은 사제 301명이 지난 70여년간 1000명이 넘는 신도들에게 성범죄를 저질렀으며, 피해자 중에는 미성년 신도들도 있다고 밝혀 파문이 일었다.
당시 조쉬 샤피로 주 검찰총장은 한 매체 인터뷰에서 교황청이 이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고도 폭로했다. 주교들이 혐의를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있으나 사건을 비밀문서로 남겨 교황청에 관련 내용을 지속적으로 보고해왔다는 것이다. 실제 검찰 조사보고서 역시 대부분 이 기록을 토대로 작성됐다고 샤피로 검찰총장은 설명했다.
다만 수사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사선상에 오른 300여명의 가해자 중 이미 사망한 용의자들도 있다.
'성직자 성폭력 피해자 네트워크(SNAP)'의 팀 레논 대표는 수사가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3년 이후 대배심단이 그간 확인한 전현직 성직자들의 성범죄 사건만 500건이 넘는다고 설명하며, “도대체 어떤 기관이 범죄건을 500개나 기소도 하지 않은 채 내버려두냐”고 반문했다. 그 또한 유년 시절 가톨릭 사제에게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
레논은 SNAP가 미국 전역의 성폭력 가해 의심 성직자 1만5000명에 대한 수사를 2002년부터 3번이나 요청했다고 말했다.
성직자 성범죄를 규탄하는 민간단체 ‘비숍어카운터빌리티 닷 오알지(BishopAccountability.org)’ 공동사무국장인 앤 바렛 도일은 “(정부 수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법기관은 가톨릭 성범죄 문제라면 지독하게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제 때가 됐다”며 적극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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