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로마 교황청이 성직자들의 아동 성학대 사실을 은폐한 구체적인 증거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州) 검찰이 가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조쉬 샤피로 주 검찰총장은 TV 뉴스 프로그램 2편에 출연해 교황청이 펜실베이니아주 성직자들의 성범죄 의혹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고위 성직자들과 주교들 간 공유하는 비밀 문서보관서 기록을 통해 바티칸이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샤피로 검찰총장은 펜실베이니아주 가톨릭 성직자들의 아동 성학대 의혹을 처음 제기했다. 검찰은 지난 14일 신부 301명이 지난 70년 동안 1000명이 넘는 신도들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조사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샤피로는 주 가톨릭 주교들이 혐의를 조직적으로 부인하고 있으나 실제 이를 비밀문서로 남겨 관련 정보를 교황청에 보고해 왔다고 설명했다. 또 검찰 보고서는 대체로 주 교구 6곳의 문서보관소 기록에 기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CBS 모닝쇼에서 “성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사제들과 주교들은 교구민과 사법기관, 그리고 대중에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건을 모두 비밀 문서로 남겨 교황청과 공유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또 “바티칸이 이미 문제를 알고 있으며 은폐에 관여했다는 구체적인 증거 역시 있다”고 밝혔다.
다만 프란치스코 교황과 전 교황들이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 가톨릭주교위원회(USCCB)는 28일 발표한 성명에서 펜실베이니아주 검찰 보고서가 가톨릭 최고위층까지 이른 미성년자 성범죄를 둘러싼 “침묵의 문화”를 보여준다고 반성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주교들에게 책임을 물으려면 의혹에 관한 독립적인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레그 버크 교황청 대변인은 샤피로 검찰총장 주장에 대한 로이터의 문의에 즉각적으로 응답하지 않았다.
샤피로 검찰총장은 이번 사건이 2002년 보스턴 신부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 이후 미 역사상 가장 광범위하게 이뤄진 가톨릭 성범죄 스캔들이라고 말했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어도어 매캐릭 전 워싱턴DC 추기경의 성범죄 의혹을 보고받고도 은폐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카를로 미라이 비가노 대주교는 26일 가톨릭 보수 매체들에 11쪽짜리 공개서한을 보내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며 교황의 사임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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