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중국 위안화 가치가 달러화에 대해 4월 중순 이후 10% 급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지만 실상 이는 미국 탓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의 재정 및 통화정책 기조와 천문학적인 규모의 관세가 달러/위안 환율을 끌어올린 결정적인 변수라는 얘기다. 아울러 중국 정부가 미국과 상반되는 정책 행보를 취하면서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중국 위안화 [사진=블룸버그] |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관을 지낸 제이슨 퍼먼 하버드 대학 교수는 16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칼럼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위안화 하락을 비판하고 있지만 실상 원인은 미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재정 확대와 통화정책 긴축이 특정 국가의 통화 가치를 강화한다는 것은 기본적인 경제 법칙 중 하나이며, 이는 정확히 트럼프 행정부가 취하는 정책 기조라는 것.
미국은 올해 총 2000억달러 이상의 재정 지출과 세금 인하를 단행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지구촌에서 유일하게 재정 확대에 나선 국가다. 이와 동시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올들어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했다.
반면 유럽과 일본의 금리는 제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중국 역시 금리 동결과 유동성 확대를 단행해 미국의 통화정책과 엇갈리는 움직임을 취하고 있다.
4월 이후 달러화는 유로화와 엔화 등 주요 통화에 대해 7%에 이르는 강세를 나타냈다. 위안화가 달러화에 대해 상대적으로 더 높은 낙폭을 기록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과 무관하지 않다고 퍼먼 교수는 주장했다.
관세가 부과되는 국가의 통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 역시 기본적인 경제 법칙 가운데 하나라는 얘기다.
특정 국가의 상품에 교역 상대국이 관세를 부과할 경우 수입이 줄어들면서 해당 국가의 통화 수요 역시 위축되게 마련이다.
중국이 미국에 보복 관세로 대응했지만 2000억달러 규모의 관세에 대해서는 충분히 보복하지 못한 상황이다.
중국이 최근 환율 상황을 내심 반색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미국의 경제 정책과 펀더멘털의 변화가 위안화 가치를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가 위안화를 조작한 직접적인 근거를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퍼먼 교수는 강조했다.
미 재무부는 환율조작의 기준을 세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특정 국가가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GDP의 3% 이상으로 유지하고, 달러 매수를 포함한 특정 방향의 환시 개입을 지속하며, 무역 상대국에 대해 200억달러 이상의 상품 무역 흑자를 기록한다는 내용이다.
이 가운데 중국에 해당하는 것은 세 번째 기준뿐이다. 뿐만 아니라 이 역시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과 미국의 재정적자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퍼먼 교수는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위안화 하락에 대해 거듭 불만을 내비치고 있지만 실상을 제대로 보지 못한 소리라고 그는 주장했다.
한편 미 재무부는 이번주 중으로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를 명시한 환율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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