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 플로리다 한 병원의 응급실 직원들이 200여명의 환자들을 이송하느라 진땀을 뺐다. 병원 건물과 주요 시설이 파손, 환자들에게 위험 지대로 돌변했기 때문이다.
유리창이 깨지고 벽이 허물어진 병원으로 외래 환자들이 몰려들었지만 응급실 출입문은 굳게 닫혔고, 치료를 해줄 수 있다는 다른 병원을 찾지 못해 동동걸음을 했다.
허리케인 마이클 피해 주택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시간당 풍속 130마일에 이르는 강풍이 불어 닥치면서 플로리다 지역 공항도 재앙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 건물 지붕이 붕괴된 것은 물론이고 주변 나무가 쓰러지면서 활주로를 포함한 주요 시설이 아수라장이 됐다.
# 모듈 주택에 거주하던 열한 살짜리 여자 아이는 집안에 앉아 있다가 생명을 잃는 봉변을 당했다. 할머니와 함께 있던 아이는 강풍에 날아온 간이차고가 덮치면서 참사를 당했다. 인근 지역의 한 남성도 거목이 주택을 강타, 집안에 몸을 피하고 있다가 숨지고 말았다.
카테고리 5에 가까운 ‘괴물’ 허리케인 마이클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각) 주요 외신들이 비중 있게 보도했다.
플로리다와 앨라배마, 조지아, 사우스 캐롤라이나 등 허리케인 영향권에 속한 지역이 건물과 차량 파손부터 인명 피해까지 패닉에 빠졌다.
이날 오전 기준으로 전력 공급이 끊어진 가구는 80만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플로리다 해변의 주택과 그 밖에 건물, 각종 구조물과 나무가 강풍과 파도에 쓰러졌고, 산사태가 주요 도로와 주택 지역을 덮치는 등 생지옥이 따로 없다는 것이 지역 주민들의 얘기다.
허리케인이 강타한 플로리다주 해변의 파도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번 허리케인의 세력 확장과 이동 속도는 미국 전역을 놀라게 할 만큼 강하다는 평가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처럼 파괴적인 허리케인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가장 절박한 것은 환자들이다. 1500여명에 이르는 입원 환자들이 난민 보호소로 옮겨졌고, 허리케인에 부상을 당한 환자들은 병원의 치료 거부에 울분을 터뜨렸다.
한 청년이 응급실 문 앞에서 피투성이가 된 머리를 들이밀며 “머리가 터졌단 말이에요”라며 의료진을 향해 소리지르는 모습이 뉴욕타임스(NYT)의 기자에게 포착됐다. 23세의 웨인 홀은 “가진 걸 다 잃었는데 모두들 외면한다”며 울먹였다.
수 백 편의 항공기가 결항되면서 발이 묶인 이들이 속출했고, 통신 두절로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아 밤잠을 설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피해 지역 주정부는 비상 대응에 나섰다. 대규모 구조대를 파견하는 한편 응급 의약품과 구호 물자를 공급하는 데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아울러 정부 관계자들은 주변이 정리될 때까지 주민들이 도로로 나오는 일이 없도록 당부하는 한편 끊어진 전선을 포함해 위험한 물체에 가까이 다가가지 않도록 지침을 내렸다.
일부 지역에서는 수돗물을 반드시 끓여 사용하도록 했고, 각종 전력 장치를 집에서 최소 15피트 이상 거리를 두고 떨어뜨려 놓도록 했다.
피해 상황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허리케인 플로렌스에 이어 또 한 차례 재앙을 만난 노스 및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