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피살 의혹에 '사우디 배후설' 제기
진상 조사 의회 압박 거세져…'우방' 사우디 모르쇠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쇼기 실종 사건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딜레마에 빠졌다. 실종 배후에 미국 우방인 사우디가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자,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의회의 압박이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을 방문한 뒤로 행방이 묘연한 그가 사우디 왕가에 의해 암살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카쇼기는 사우디 왕가에 비판적인 글을 써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와 관계가 악화하지 않는 선에서 의회의 압박을 해소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밥 코커 상원의원은 "언론인들을 살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놓고 주요 상원의원은 사우디 측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상원의원 약 4분의 1이 미 정부에 조사를 요구했다. 사우디는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취임 후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온 트럼프 대통령도 낙담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번 사안이 미 정부의 강경 조치로 비화된다면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사우디 정부가 연출해온 그림이 크게 달라지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사우디의 예맨 내전 역할과 빈살만 왕세자의 반대파 숙청에 대해 온건한 목소리를 내왔다.
상원 외교위원장이기도한 코커 의원은 사우디 배후설이 맞다면 중동 전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미국의 대(對) 이란 봉쇄 전략은 복잡해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그는 "이것은 우리가 그들과 함께하고 있는 많은 것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상원과 사우디의 관계는 "매우, 매우 낮은 지점에 있다"고 말했다.
이미 사우디 왕가는 사우디 주도 연합군이 오폭으로 예멘에서 다수의 민간인 사망자를 낸 탓에 미 의회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카쇼기가 실종된 뒤 일주일이 지난 10일 백악관은 고위 관리들이 빈 살만 왕세자와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카쇼기는 작년 9월 사우디를 떠나 미국에서 거주하며 워싱턴포스트에 주기적으로 사우디 왕실 비판 기고문을 써왔다. 그는 지난 2일 터키 국적의 약혼녀와 혼인신고를 하기 위해 본처와의 이혼 서류를 발급 받으려 이스탄불 사우디 영사관에 들어간 뒤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약혼녀 하티제 젠기즈는 그의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터키 소식통은 카쇼기가 영사관 안에서 살해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이에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10일 사우디의 책임이 입증되면 대가를 치러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예단하고 싶지는 않지만, 걱정하는 대로 상황이 흘러간다면 사우디는 경멸을 받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날 상원의원 약 4분의 1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정부의 수사를 요청했다. 정부의 수사는 미 인권법에 따라 사우디 인사에 대한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 전 버락 오바마 행정부 관리 출신인 네드 프라이스는 의원들이 예멘에 있는 사우디 주도 연합군 지원과 관련한 국방부의 자금을 축소하고 제재를 추진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오는 11월 6일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 양원을 모두 장악한다면 사우디에 대한 의회 내 반발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분석가들은 중동 평화와, 석유 공급, 미사일 방어 시스템 판매 등 미국의 대외정책 목표에서 사우디와의 협력 필요성을 의회가 염두에 둬야한다고 조언했다.
터키에서 실종된 사우디아라비아 유력 언론인 자말 카쇼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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