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대사 동의 하에 영사관 건물 수색 진행"
[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터키 이스탄불에서 실종된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쇼기의 행방을 놓고 터키와 사우디 정부가 진실 공방을 이어가는 가운데 터키 정부가 9일(현지시각)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을 수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로이터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언론은 이날 사우디 당국이 터키 정부의 영사관 건물 수색 요청을 받아들였으며, 실종 언론인과 관련한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터키 외무부 하미 아크소이 대변인은 서면으로 발표한 성명을 통해 수사가 "집중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따라 통상 영사관에는 외교적 면책특권이 부여되지만, 이번에는 주재국 대사의 동의 하에 건물을 수색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WP는 사우디 당국이 터키 정부의 영사관 수색을 허용한 것을 두고 "보기 드문 진전"이라고 언급하며, 사우디 정부가 서방의 동맹국과 국제 사회에 (이번 사건과 연관이 없다는 점을) 호소하기 위해 건물 수색에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영사관 앞에서 인권 운동가들이 실종된 언론인 자말 카쇼기의 사진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날 터키에 이어 영국도 사우디 정부가 카쇼기의 실종과 관련해 시급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레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은 트위터에 언론인의 실종과 관련,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사우디 대사와 만난 사실을 언급하며 "전 세계에서 언론인에 대한 폭력이 증가하고 있고, 이 같은 현상이 표현의 자유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만약 (카쇼기 실종과 관한) 언론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우리는 이 사건을 진지하게 다룰 것이다"고 적었다.
이스탄불에서 사라진 자말 카쇼기는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저명한 언론인으로 WP에서 기고가로 활동해왔다. 카쇼기는 사우디 왕실 인사들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을 뿐 아니라 그 누구보다도 사우디에 대해 정통한 언론인 중 한명으로 사우디의 예멘 내전 개입 및 캐나다와의 외교적 마찰, 잇따른 정치인과 인권 운동가 체포 등 자국의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기조의 칼럼을 써왔다.
카쇼기는 지난해 사우디 정부의 보복을 우려해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에 체류하고 있던 카쇼기는 터키 국적의 약혼녀와의 혼인 신고에 필요한 서류 작업을 위해 터키 주재의 자국 영사관을 찾았다가 행방이 묘연해졌다. 주요 언론들은 카쇼기가 영사관 안에서 납치됐거나, 피살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지만 사우디 정부는 근거 없는 비난이라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WP는 카쇼기의 사우디 정부를 향한 비판이 사우디의 실세로 불리는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를 언짢게 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우리는 카쇼기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한다. 사건과 관련해 알고 있는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변인은 아직 사건에 대해 "어떠한 판단도 내리길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직 사건과 관련해 상세하게 아는 것이 없으며, 적절한 시점에 사우디 정부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사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saewkim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