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트럼프 행정부의 고강도 무역 압박 속에 중국이 미국산 원유 거래를 전면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오클라호마주 쿠싱의 원유 저장 시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해운 업계를 통해 미국 석유업계의 중국 원유 수출이 완전히 마비된 사실이 확인된 것.
원유는 관세 전면전의 직접적인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과격한 무역 마찰에 미국 석유업계가 급성장하는 중국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는 양상이다.
3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선사 차이나머천트에너지시핑(CMES)가 미국산 원유의 중국 출하가 전무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시장조사 업체 리피니티브 에이콘의 데이터에서도 지난 9월 미국의 중국 원유 수출이 전면 중단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석유 업계는 지난 2016년 중국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 세계 최대 원유 소비국에서 지배력을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었다.
엑손 모빌이 중국에 대규모 화학 단지 건설에 통 큰 투자를 결정하는 등 미국 업체들은 중국 에너지 시장에서 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중국 석유업체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규모 관세를 시행하는 사이 발 빠르게 공급처를 미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전했다.
미국 업체들이 약 2년 사이 공들여 닦은 중국 시장 발판을 잃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적중한 것은 물론이고 예상보다 빠르게 현실화됐다는 지적이다.
CMES의 시에 춘린 대표는 홍콩에서 열린 글로벌 해운 포럼에 참석해 “무역전쟁 이전에는 미국과 중국의 원유 거래로 비즈니스가 활발했지만 지금은 전면 마비된 상태”라고 전했다.
중국은 원유뿐 아니라 콩류를 포함한 그 밖에 상품 역시 미국에서 다른 국가로 거래를 대체하고 있다고 그는 밝혔다.
미국 콩류의 최대 수입국이었던 중국이 대부분의 수입 물량을 남미 지역에서 확보하고 있다는 얘기다.
앞서 블룸버그는 중국이 서아프리카와 원유 거래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무역 마찰에 따른 충격을 차단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해석이다.
이달 들어 중국이 서아프리카에서 사들인 원유는 하루 171만배럴로, 2011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밖에 중국은 러시아와 원유 거래도 크게 확대한 한편 사우디 아라비아에 위안화 원유 결제를 요구하는 등 에너지 안보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최근 스테이트스트리트에 따르면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가 미국 유전 자산 매각을 검토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에 미국 에너지 업계가 작지 않은 타격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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