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오슬로 협정 뒷이야기 다뤄
12일부터 11월4일까지 명동예술극장서 공연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힘들지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으면 합니다."
국립극단(예술감독 이성열)이 1993년 오슬로 협정의 비하인드스토리를 담은 연극 '오슬로'를 공연한다. 개막에 앞서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스튜디오 하나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이성열 예술감독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과 평화로 가는 길이 우리에게 어떤 고민을 줄 수 있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연극 '오슬로' 연습 장면 [사진=국립극단] |
이성열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취임 후 연출자로서 처음 선보이는 작품. 극작가 J.T. 로저스의 '오슬로'는 2016년 뉴욕 초연 후 토니상, 드라마 데스크상, 뉴욕 드라마비평가협회상 등을 휩쓸며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아시아 최초로 국립극단에서 무대화할 예정이다.
이성열 감독은 "국립극단에서 해외 작품을 고전, 명작, 신작 등 카테고리로 소개하는데 이 작품은 '해외신작'으로 분류된다. 외부에서 잘 된 공연이라고 무조건 다 할 수는 없다. 번역을 해놓고도 많이 심사숙고 했다.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올 지, 어떤 고민을 줄 수 있을지 말이다. 그 와중에 한반도 분위기도 달라졌다"며 "적에서 친구로 진화하는 과정이 이 작품의 큰 줄기다. 우리나라도 지금 이런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선정하게 됐다"고 작품 선정 이유를 밝혔다.
연극 '오슬로'는 노르웨이의 한 부부가 비밀 협상을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평화 협정을 이뤄내는 과정을 담은 작품으로, 실제 이야기에 위트와 극적 긴장감을 더해 17개월의 협상 과정을 완벽한 '정치 스릴러'로 풀어냈다. 작품은 최근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 핵전쟁의 위협과 뿌리 깊은 적대관계에서 탈피해 평화로 나아가고 있는 남북 관계의 상황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국립극단 이성열 예술감독 [사진=국립극단] |
이성열 감독은 "어떤 면에서 이 작품은 상당히 교훈적이고 계몽적이다. 우리와 비슷한 처지이기 때문에 보고 느낄 게 분명하다. 적에서 친구가 되는 과정이 주제가 아니라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든가를 보여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오슬로 협정은 현재에는 거의 지켜지지 않는 상태인데다 협정을 주도했던 인물들은 암살되거나 권력에서 밀려났다. 그러나 여기까지 온 가능성, 더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 또한 평화 분위기에 들떠있는데,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얼마나 먼 지, 그 길이 얼마나 지난한 지,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가 희망을 잃지 않고 계속 나아가야 한다는 교훈과 믿음을 준다"고 말했다.
극 중 비밀 협상을 주도하는 노르웨이 부부 중 남편인 열정적인 사회학자 '티에유 라르센' 역은 극단 양손프로젝트의 배우 손상규가 맡고, 아내인 카리스마 있는 외교관 '모나 율' 역에는 배우 전미도가 캐스팅 됐다.
연극 '오슬로'에 출연하는 배우 전미도(왼쪽)와 손상규 [사진=국립극단] |
손상규 배우는 "극단 활동 중 가끔 다른 곳과 작업을 하면 유학하는 기분이다. 처음에는 대본도 읽지 않고 감독님만 알고 참여했다. 대본을 읽어보니 그 자체가 재밌었다. 인물 하나하나 다 살아있는 느낌"이라며 "'티에유'는 겁이 없고 열정적이며 권위에 신경쓰지 않는다. 원하는 대로 행할 수 있는 행동력 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전미도 배우는 "'모나'는 관객들에게 일이 진행되는 과정을 설명해주는 해설자 역할이면서, 극 중 '티에유'의 부인이자 외교부에서 일하며 위기 상황에서 똑똑하게 해결하는 이성적이고 냉철한 인물"이라고 캐릭터에 대해 설명하며 "객석에 관객이 없다고 상상해도 이 작품을 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됐다. 우리 상황과 맞닿는 부분이 많아서 본능적으로 끌리지 않았나 싶다"고 작품에 출연한 계기를 알렸다.
또 PLO(팔레스타인 해방기구) 재무장관 '아흐메드 쿠리에' 역에는 배우 김정호, 이스라엘 외무부 법률 자문 '요엘 싱어' 역에는 배우 정승길이 출연한다. 이 외에도 배우 임준식, 최지훈, 정원조, 이호철 등 2018 국립극단 시즌단원의 앙상블이 출연한다.
연극 '오슬로' 포스터 [사진=국립극단] |
공연은 오슬로의 아파트와 강의실, 가자지구의 둣골목, 런던의 호텔 등 다양한 장소들을 무대 위에서 구현한다. 적대관계의 양자가 극적으로 손을 맞잡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이 빠르고 경쾌하게,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공연에는 당시 실제 상황을 담은 다큐멘터리 등 자료 영상을 활용해 실화 바탕의 작품 내용을 더욱 부각시킬 예정이다.
이성열 감독은 "3시간 동안 씬이 60개일 정도로 빠르게 진행된다. 런던, 오슬로, 이스라엘 등 바다를 건너가며 넓게 뛰어다닌다. 장소를 표현하기에 도움이 되는 장면, 자막, 이미지를 3면의 벽면을 통해 투사한다. 수많은 공간을 소화하기 위해 가변이 쉽게 될 수 있도록 주안점을 뒀다. 수많은 장면들이 빨리 전환되고 흐름이 끊어지지 않도록 하는데 신경을 썼다"며 "민족간의 정서적인 차이가 있어서 너무 드라이하지 않게 느끼면서 즐길 수 있게 하려고 했다. 원작보다 힘을 준 장면도 있다"고 부연했다.
연극 '오슬로'는 오는 12일부터 11월4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