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소화전 등 소방시설 주위 5m 이내 주·정차 전면 금지
단속 체계 미비와 운전자 인식 부족으로 제도 효과 떨어져
전문가 "소방시설 표시 강화해 운전자 인식 개선해야"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소방시설 주변 주·정차 금지 정책이 강화된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불법 주·정차가 끊이지 않고 있다. 화재시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정책이 자칫 '구호'에 그칠 위기에 처했다.
20일 소방청, 경찰청, 서울시 등에 따르면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8월10일부터 소화전·연결송수구 등 소방용수시설, 비상소화장치 등으로부터 5m 이내 주·정차 금지 정책이 시행중이다. 기존에는 소화전만 대상에 포함됐으며 잠시 정차하는 것도 허용됐다. 과태료는 승용차가 4만원, 승합차·화물차 등 대형차량은 5만원이 부과된다.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서울 노원구의 한 건물 주차장에 설치된 소화전 주위에 차량이 다수 주차돼있다. 2018.09.19 |
이는 지난해 말 제천화재 참사 등 대형 화재 발생 시 불법 주·정차로 인한 문제가 반복된 탓이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자료에 따르면 소방차 출동에 가장 큰 장애요소는 차량정체(48.7%)였고 불법 주·정차(28.1%)가 그 뒤를 잇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전히 소방시설 주변에 불법 주·정차 차량이 버젓이 자리잡고 있는 등 제도적 효과가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개정안이 시행된 지난 달 서울시내 소방용수시설 주변 불법 주·정차 단속 건수는 1천852건이었다. 이는△5월 1천657건 △6월 1천754건 △7월 1천991건에 비해 별다른 차이가 없는 수치다.
단속규정과 범위가 확대됐지만 단속할 수 있는 체계가 미비할 뿐더러 운전자들의 인식도 부족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2018 소방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소방용수시설은 16만6579개에 달한다. 이중 1/3가량인 5만9792개가 서울에 집중돼있다. 현재 서울시는 6차선 이상 대로변 주변을, 각 자치구에서 나머지 구역 단속을 담당하고 있지만 지자체 단속인력만으로는 효과적인 단속이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19일 서울시내 도로 곳곳에 설치된 소화전 주변에는 불법 주·정차 된 차량이 다수 목격됐다. 심지어 건물 주변 주차장에 소화전을 경계선 삼아 차량이 주차돼 있는가 하면 사설 응급차량이 소화전 옆에 버젓이 자리 잡고 있는 웃지 못 할 장면도 포착됐다. 지하식 소화전 위에도 노란색 알림 표시가 무색할 정도로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서울 동대문구의 한 도로에서 응급차량이 소화전 옆에 불법주차 돼있다. 2018.09.19 |
운전자 A씨는 "소화전 주변에 차를 대면 안 된다고 알고 있었지만 불법인지는 몰랐다"며 "매번 소방시설이 있는지 주변을 살피면서 주차를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라며 의아해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달 들어 소상공인 지원 대책으로 불법 주·정차 단속을 다소 완화한 상태"라며 "오는 12월부터 '서울 스마트 불편신고' 앱으로 소방시설 주변 불법 주·정차도 자동 신고와 단속이 가능해지면 운전자들의 경각심도 올라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렇듯 단속이 한계를 보이면서 운전자의 인식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운전자들이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소방용수시설을 눈에 잘 띄도록 표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운전자들이 법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놓고 단속을 해야 하는 것"이라며 "소방시설 5m 반경에 주차금지 표시를 명확히 하고 과태료까지 알리는 등 적극적인 홍보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소방청 관계자는 "현행법상 주·정차 금지 내용을 노면에 표시할 수 있도록 돼있지만 실제로 잘 구별하지 못하는 운전자들이 많다"면서 "현재 운전자 눈에 잘 띄게끔 소방용수시설을 표시하는 방안을 경찰청과 함께 논의중"이라고 말했다.
iamky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