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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톡]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굴레?…하와이 사진결혼 소재 연극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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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하와이 사진결혼의 폐해를 담은 연극 '운명'
우리나라 최초 영화 극본, 대중소설 집필한 윤백남 작가 작품
오는 29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소재부터 말투까지 한없이 독특하다. 지금은 전혀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그렇다고 무척 오래된 옛날이야기도 아니다. 어머니의 할머니, 혹은 어머니의 어머니 세대가 겪었을 일들. 100년밖에 흐르지 않았지만 어떻게 이리 다를까 싶다.

연극 '운명' 공연 장면 [사진=국립극단]

극이 낯설게 그려질수록 당시의 부당함, 억울함 그리고 빠른 시대 변화가 체감된다. 그러나 한 발짝 더 깊게 들어가서 생각하자면, 그때와 지금의 여성들의 삶이 정말 달라진 걸까 고심하게 된다.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졌던 잘못된 가치관이 여전히 은연중에 남아있으니까 말이다.

연극 '운명'(연출 김낙형)은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 극본, 최초의 대중소설을 집필한 작가 윤백남의 작품이다. 국립극단의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의 아홉 번째 작품으로, 1920년대 흔히 있었던 '하와이 사진결혼'의 폐해를 고발하면서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의 애환을 생생하게 그린다.

일제의 지배를 받던 시절, 많은 조선인이 노동력 확보에 열을 올리던 하와이로 이주했다. 남성에 비해 초기 이주 비율이 낮았던 여성들은 '사진결혼'을 통해 뒤늦게 하와이로 건너갔다. 1910년부터 1924년까지 무려 700명에 달하는 여성들이 사진결혼을 통해 이주했지만, 척박한 노동 생활이나 사진과 다른 인물, 기대와 다른 불행한 결혼생활을 해야 했다.

연극 '운명' 공연 장면 [사진=국립극단]

작품은 흡사 다큐멘터리를 결합한 듯한 느낌이다.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기 전 하와이 사진결혼을 홍보하는 공고, 일과표, 여권 등 당시의 자료가 영상과 사진으로 무대 배경에 펼쳐진다. 특히 직접 하와이 사진결혼으로 이민을 했던 당사자의 인터뷰도 나오기 때문에 생생함을 더한다.

극의 주인공은 '박메리'(양서빈)는 이화학당 출신의 여성으로 아버지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하와이 사진결혼을 하게 된다. 하와이로 건너가 '양길삼'(이종무)과 결혼을 하지만 행복하지 않다. 급기야 사랑했던 '이수옥'(홍아론)이 찾아오면서 흔들리게 된다. 두 사람의 만남을 이웃 '장한구'(박경주)가 남편에게 알리면서 비극이 찾아온다.

이화학당을 다녔을 정도로 신여성이었던 메리에게 나이 차이가 크고 다소 폭력적인 남편, 끊임없는 사탕수수밭의 노동은 악몽 같았을 테다. 다시 조선이나 다른 곳으로 떠날 수 없는 현실에 어쩔 수 없이 지내고 있지만 오히려 죽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반면 이웃 여인들(이수미, 주인영)은 사는 것이 더 낫다는 태도를 보인다. 답답하지만 그것이 당연했던 시절, 주변 사람들에겐 오히려 메리가 이상하게 느껴졌을 수도.

연극 '운명' 공연 장면 [사진=국립극단]

더 답답했던 점은 메리를 찾아 미국으로 온 수옥이 그를 데리고 떠나려는 것이 아닌 남편을 교육해 참된 사랑으로 인도하라고 말하는 태도다. "우리 조그마한 인생이 아무리 운명을 벗어나려 해도 큰 바다에 조약돌 하나 던진 만큼 힘이 없을 것"이라는 수옥의 말은 메리를 더욱 좌절하게 만들 수밖에. 물론 이는 더 큰 비극의 서막이었지만, 그 어마어마한 힘의 '운명'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극은 당시의 말투를 고증해 재현했다. 토요일을 '반공일'이라 부르고, 휴일을 '공일'이라 부르며, 품삯을 '공전'이라고 하는 등 현재 쓰지 않는 단어들도 많이 나온다. 때문에 공연 시작 전 여유롭게 극장에 들어가 무대 영상에 나오는 단어풀이를 미리 보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이웃 여인들이 쏟아내는 대사는 낯설어서 어색함도 잠시, 극에 유일한 웃음을 주는 장치다.

당시 척박했던 환경도 무대에 그대로 재현됐다. 흙이 잔뜩 깔린 바닥에 배우들이 움직일 때마다 흙 냄새가 풍겨 더 진한 여운을 남긴다. 가끔 천장에서도 떨어지는데 이는 흙이 아닌 흑설탕이라고. 무엇보다 철사로 사물의 형태만 만들어놓은 소품들이 영혼까지 털리고 껍질만 남은 사람들을 보여주는 것만 같아 눈길을 끈다.

연극 '운명' 공연 장면 [사진=국립극단]

현대 사회는 자신의 자아를 찾고 주체성을 가져야 한다고 요구한다. 그러나 내면에는 아직까지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 강요가 만연하다. 100년 전과 지금, 계속해서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 연극 '운명'은 오는 29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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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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