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결여된 경영진…"현 위기상황에 책임감 느껴야"
[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금융계의 '넷플릭스'가 되겠다."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지난해 9월 27일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중장기경영전략을 발표했다. 이날 심성훈 은행장은 이렇게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불과 1년여 지난 지금, 심 행장의 포부와 달리 케이뱅크는 벼랑 끝에 서게 됐다. BIS(자기자본비율) 비율이 급격히 추락했고, 연체율은 급등하는 등 곳곳에서 경고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선 케이뱅크 위기의 원인이 전문성이 결여된 경영진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광화문 더트윈타워에 위치한 케이뱅크. |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2분기 말 기준 BIS 비율은 10.71%, 연체율은 0.44%다. 건전성 지표인 BIS 비율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고, 연체율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케이뱅크의 위기상황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일어날 일이 일어난 예견된 인재(人災)'라고 입을 모은다.
케이뱅크의 주요 경영진은 대주주인 KT 비서실 출신들로 구성됐다. 금융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KT 주요 임원들이 핵심 경영진으로 참여하다보니 케이뱅크의 미래를 설계할 능력이 부족한 것 아니었냐는 지적이다.
심 행장을 비롯해 안효조 사업총괄본부장, 옥성환 경영기획본부장 등 케이뱅크의 핵심 임원은 모두 IT나 금융 전문가가 아닌 KT 회장의 비서실 출신이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한국투자증권 전무를 지낸 금융전문가 이용우 대표와 IT 전문가인 윤호영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의 관계자는 "대주주 KT는 케이뱅크를 어떻게 주도하고 지배하는 것만 생각했지만 경영을 위한 제대로 된 전략이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며 "은행으로 갖춰야 할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KT 출신들 위주의 인사로 경영을 이끈 점이 증자도 안 되고 부실률도 높게 만든 원인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체적인 경영전략 없이 은산분리 완화만을 주장하며 소유에만 집착한 경영진들이 현 부실위기를 야기했다"고 덧붙였다.
이민환 인하대학교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도 "같은 조건에서 출범한 두 인터넷은행이 1년여 지난 지금 서로 전혀 다른 상황에 놓였다는 것은 경영진의 책임이 크다"며 "은행 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못한 이가 은행을 이끌어 가는 것은 바람직한 구조가 아니다"고 평가했다.
케이뱅크 경영진의 전문성에 의구심을 갖는 것은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의욕만 앞서고 제대로 된 결과물을 도출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경영진의 대부분이 리스크 관리가 핵심인 은행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며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해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은행업은 리스크 관리를 통해 이뤄지는 규제산업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케이뱅크 관계자는 "심 행장은 과거 KT와 그룹사의 시너지 창출을 총괄하는 부서장으로서 BC카드 등 금융권 자회사의의 통신 금융 융합사업 경험이 있다"며 "안효조 본부장과 옥성환 본부장 역시 인터넷은행 준비 초기단계부터 사업을 이끌어 왔으며, 첫 직장생활을 금융회사에서 시작하는 등 금융과 ICT를 아우르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케이뱅크는 현재의 경영 위기상황을 타개할 방안이 은산분리 완화에 달려있다는 입장이다.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돼 증자가 이뤄질 경우 부실경영 논란을 벗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첨예한 이견으로 표류하고 있는 인터넷은행 특례법과 KT의 20개 주주사가 유상증자 참여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케이뱅크가 바라는대로 되기 어려울 수 있다.
rpl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