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아르헨티나를 기점으로 신흥국 경제 위기가 글로벌 투자자들을 뒤흔들며 위기 확산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신흥국의 단기적 변동성과 장기적 성장력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글로벌 컨설팅기관 맥킨지 산하 연구소인 맥킨지글로벌인스티튜트(MGI)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신흥국 4개 중 1개 꼴로 장기간 안정적으로 고속 성장을 이뤄냈다는 데 주목했다.
이 ‘우등생’ 신흥국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경제성장 비법을 발견해, 전 세계 상품 무역의 29%, 서비스 무역의 24%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 20년 간 신흥국 소비 증가의 절반을 이끌었다고 맥킨지는 설명했다.
따라서 이들 우등생 신흥국뿐 아니라 이들을 뒤쫓는 다른 신흥국들이 향후 수년 간 계속 세계경제 성장의 엔진 역할을 할 것이며, 경쟁력이 강한 신흥국 기업들이 서방의 유수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맥킨지는 71개 신흥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분석한 결과 한국·중국·홍콩·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태국 등 7개국이 2016년까지 약 반세기 동안 3.5% 이상의 연간 평균 성장률을 이뤄냈다고 밝혔다. 다른 11개 신흥국의 1인당 GDP는 1996~2016년 20년 간 5%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또한 대다수 신흥국들은 1997년 아시아 외환 위기뿐 아니라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후에 빠른 속도로 회복하는 강력한 회복탄력성을 보여줬다고 맥킨지는 진단했다.
맥킨지는 신흥국의 성공 요인을 2가지 꼽았다. 하나는 자본축적 규모를 늘리는 방식의 친성장 정책이고, 다른 하나는 정부 효율성을 개선하려는 노력이다. 또한 일부 신흥국들은 국내 시장에서 더욱 경쟁적인 역학 구조를 창출하려는 노력을 펼쳤다고 맥킨지는 평가했다.
특히 연간 수익이 5억달러(약 5643억원) 이상인 대규모 상장기업들이 신흥국 경제 성장을 주도했다. 우등생 신흥국에는 열등생 신흥국보다 이러한 대기업들이 두 배 정도 많은데, 이들은 GDP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뿐 아니라 변화를 유도하는 촉매제 역할도 한다고 맥킨지는 설명했다.
신흥국 기업들은 선진국보다 훨씬 치열한 경쟁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지난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신흥국에서 상위 5분위 수에 들었던 기업들 중 10년 뒤에도 살아남은 기업은 절반이 채 되지 않는 반면, 선진국에서는 62%가 살아남았다.
맥킨지는 신흥국의 최고 기업들은 아이디어나 제품을 베끼는 대신 혁신을 주도한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수익의 56%를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창출한다. 이는 선진국 기업들보다 높은 수준이다.
신흥국 기업들은 또한 선진국 기업보다 두 배 많이 투자하며 중요한 투자 결정을 내리는 시간이 6~8주 빠르다. 주주수익도 훨씬 높다. 신흥국 4분위 수에 드는 대기업들의 주주수익률은 23%로 선진국의 15%보다 높다.
다만 높은 부채 수준은 여전히 심각한 리스크라고 맥킨지는 진단했다. 중국의 경우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고, 베트남·칠레·터키·페루 등에서는 기업부채가 급격히 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상승하면서 기업부채의 디폴트 리스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신흥국의 가계·회사·정부 부채를 모두 합하면 여전히 선진국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맥킨지는 신흥국이 글로벌 변동성에 면역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거시경제적 펀더멘털이 탄탄하고 경쟁력이 강한 기업들이 포진해 있어 여전히 세계경제의 성장엔진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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