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직영공원 22곳 '음주청정구역' 지정
무더위 풀리면서 음주 극성...숲길 아닌 술길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며 연트럴파크에 음주객들이 돌아왔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경의선 숲길은 남산·서울숲·여의도공원 등 서울시 직영공원 22개 중 하나로 올해부터 음주청정구역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음주청정구역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연트럴파크 내 ‘술판’은 쾌청한 가을 하늘을 맞아 다시 고개를 꿈틀하고 있다.
지난 6일 저녁 8시쯤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경의선 숲길(일명 ‘연트럴파크’)은 삼삼오오 모인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공원을 따라 양쪽으로 늘어선 벤치는 만석이었다. 절반 이상은 술을 마시고 있었다. 가벼운 맥주부터 막걸리, 와인 등 주종도 다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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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8시쯤 서울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 숲길에서 시민들이 음주를 즐기고 있다. zunii@newspim.com 2018.09.06 [사진=김준희 기자] |
경의선 숲길이 ‘음주청정지역’임을 알리던 서울시 안내 플래카드는 철거된 상태였다. 술자리를 제지하거나 단속하는 단속원은 보이지 않았다. 주택가에 위치한 연트럴파크 내 음주로 소음·쓰레기 문제 등이 수차례 제기됐지만 ‘술길 싫어요. 숲길 좋아요’ 문구가 쓰인 입간판 앞에서도 음주객은 쉽게 눈에 띄었다.
숲길 주변에서 주차를 관리하던 50대 남성 송모씨는 “음주청정구역 같은 건 필요 없다”며 “어차피 다들 술 마시고 단속도 안한다”고 말했다. 이어 “추태 부리는 사람들 보면 난리도 아니다”라며 “딸 만한 애들 앞에서 바지 벗고 노상방뇨 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연남동 주민이기도 한 송씨는 “올 여름엔 폭염으로 주춤했었는데 2~3주 후면 다시 술 마시는 사람들로 북적일 것”이라며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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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 숲길에 세워진 '음주 자제 요청' 입간판. zunii@newspim.com 2018.09.06 [사진=김준희 기자] |
공원을 관리하는 서부공원녹지사업소 관계자는 “술 자체를 제재하진 않는다”며 “소란을 피울 때만 저지하는데 그런 경우는 흔치 않다”고 말했다.
음주청정구역은 ‘도시공원 및 녹지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음주하여 심한 소음 또는 악취가 나게 하는 등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행위’를 금지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도 음주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6일 오후 9시 이후에도 우려했던 소음은 크지 않았다. 홍대입구역 3번 출구에서 시작되는 경의선 숲길 초입에서만 거리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벤치에 앉아 대화를 나누거나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드러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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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8시쯤 서울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 숲길에서 시민들이 음주를 즐기고 있다. zunii@newspim.com 2018.09.06 [사진=김준희 기자] |
하지만 주민들은 공원 내 음주문제는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이라고 지적했다. 3년 차 주민 최모(35·여)씨는 “입주 당시 조용했던 동네가 연일 방문객들로 떠들썩하다”며 “밤늦게 퇴근하면 공원에 앉아 고성방가하는 음주객들을 때문에 무서울 때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인근 연남파출소 관계자는 “매스컴에서 많이 다루고 캠페인도 하니 전에 비해 주취 소란은 많이 개선된 편”이라면서도 “심야 시간 음주 소란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음주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오후 10시에서 오전 2시 사이는 물론, 한여름엔 오전 4시, 5시에도 소란 신고가 들어온다.
현재 서울시가 지정한 음주청정지역은 법적 금주 지역도 아닌데다 단속 기준이 모호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씨는 “즐길 땐 좋은데 주거지가 되면 불편한 게 관광지 아니냐”며 “원래 주택가였던 곳을 관광지로 만들었으니 음주 단속이라도 제대로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