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인도 대법원이 6일(현지시간) 동성 간 관계가 범죄가 아니라고 결정했다. 영국 식민지배 시절 제정된 반(反) 동성애 법안을 150여년 만에 폐지한 것이다.
인도 대법원 판사 5명이 수주간의 숙려 끝에 동성애를 금지한 인도 형법 제377조를 폐지하고 성인 간 합의된 동성의 성관계를 합법화했다고 CNN·BBC·워싱턴포스트(WP)·뉴욕타임스(NYT)·월스트리트저널(WSJ)·파이낸셜타임스(FT) 등 서방 외신이 일제히 보도했다.
CNN은 이번 판결에 대해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트랜스젠더 등 성 소수자를 가리키는 줄임말) 사회에 가해졌던 폭력과 박해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WSJ은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에서 드디어 LGBT가 해방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동성애를 금지한 인도 형법 377조는 영국 식민시절인 1860년에 제정된 것으로, 동성애자들의 합의된 성행위까지 범죄화하는 법이다. 이에 따르면 동성애자들은 최고 종신형까지 받을 수 있다.
지난 2009년 뉴델리 고등법원이 동성애를 합법화하는 판결을 내리며 동성애를 불법으로 규정한 법률이 인권을 침해한다고 해석한 바 있지만, 2013년 대법원은 보수 종교 지도자들의 압력에 상고심에서 뉴델리 법원의 판결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후 2016년 언론인, 요리가, 무용수, 호텔리어, 비즈니스 컨설턴트 등 5명의 성 소수자가 대법원에 형법 377조를 위헌으로 선포해 달라는 탄원을 제기하며, “이 법률이 인도 헌법이 시민에게 보장하는 기본적 권리뿐 아니라 성적 정체성, 성적 자주성, 인간으로서의 위엄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인권단체들은 이 법이 실제로 집행된 경우는 거의 없지만 보수적인 인도 사회에서 성 소수자에게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며 성 소수자들이 공권력의 협박이나 괴롭힘을 당하는 수단으로 사용돼 왔다고 지적했다.
동성애 권리는 이슬람 문화가 지배적인 대다수 아시아 국가에서 점차 뜨거운 공론 사안이 되고 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나이지리아·시리아·스리랑카·파키스탄 등 70개 이상의 국가에서는 여전히 동성애가 불법이다.
이번 주 초 말레이시아 트렝가누 주에서 이슬람 당국이 레즈비언 커플에 태형을 집행하자,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는 경고로 끝날 수도 있었을 사안에 대해 과도한 형을 내렸다고 비난한 바 있다. 마하티르 총리는 “이슬람이 인권을 모독하고 중형을 일삼는 잔인한 종교가 아니라는 점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도 대법원이 6일(현지시간) 반(反) 동성애 법안을 150여년 만에 폐지했다는 소식에 성 소수자들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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