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150만원 주겠다 데려와 놓고 절반만 지급
불법 알면서 최저임금 안 맞춰줘…'국가적 갑질'
악덕업주, 법적다툼 중에 성희롱 누명 씌우기도
[서울=뉴스핌] 김세혁 기자 = 방글라데시에서 온 아니스(30·남)씨는 최근 고용노동부를 찾아 임금체불에 대한 상담을 받았다. 서울 이태원에서 요리사로 일하는 그는 20개월이나 임금을 받지 못한 상황. 어려운 사정을 하소연하며 진정을 넣었지만 언제 돈을 받을 지 몰라 답답하기만 하다. 그는 "부쳐주는 돈으로 생활하는 고향의 가족들이 더 걱정"이라며 연신 한숨을 쉬었다.
방글라데시 출신 아니스 씨. 20개월간 임금을 받지 못해 노동부에 진정을 넣은 상태다. ···[사진=김세혁 기자] |
우리나라의 외국인 근로자가 올해 100만명을 넘었지만 임금체불 등 해묵은 문제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사회는 지금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을(乙)의 전쟁’이 한창이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은 이마저 부러운 ’병(丙)’의 입장이다.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 피부색이 다르거나 말을 못 알아듣는다며 부당한 대우를 받는 제2의 아니스 씨는 주변에서 얼마든 볼 수 있다.
7일 법무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 근로자는 모두 101만8419명이다. 2008년 57만396명에 비해 10년 만에 2배나 늘었다.
외국인 근로자가 한국에 몰리는 건 자국보다 돈을 많이 주기 때문이다. 업주 입장에선 국내 인력이 기피하는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아서 좋다. 많은 외국인이 꿈을 품고 한국을 찾지만 악덕업주들에게 걸리면 고생문이 활짝 열린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7년 5월 외국인 근로자의 월소득은 100만원 미만이 4.0%, 100만원 이상~200만원 미만이 38.7%였다. 귀화허가자의 경우 한 달 급여가 100만원도 못 미치는 근로자가 12.7%, 100만원~200만원 미만은 57.0%나 됐다.
이런저런 차별도 외국인 노동자들을 괴롭힌다. 직장에 대한 만족도가 60.9%(귀화허가자는 54.2%)로 그리 높지 않은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당하는 부당한 대우는 △임금체불 △무임금 연장근무 △폭언 및 폭행 △따돌림 등 다양하다. 여성의 경우 성폭행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 외국인 근로자 수 [그래픽=김세혁 기자] |
외국인 근로자의 업무형태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난다. 이들이 종사하는 일은 단순노무에 치중돼 있다. 실무지식이나 기술이 필요없거나 약간만 있어도 되는 ‘반복적 업무’ 종사자가 전체의 82.7%나 된다. 교육을 받고 제대로 된 대우를 받기 어려운 구조다. 고용보험 가입비율(32.5%)이 지나치게 낮고, 산업재해를 당해도 10명 중 4명은 자비로 치료해야 하는 등 힘든 점은 더 있다.
이처럼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 노동자들을 구제하려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고용허가제 대상으로 제도적 보호를 받는 외국인이 늘었지만 악덕사업주에게 음성적으로 고통 받는 사례도 많다.
최미숙 노무사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최저임금을 보장해야 함에도 돈을 안 주거나 욕하고 때리며, 작업장 안전관리도 하지 않는 악덕업주가 얼마든 있다. 이는 명백한 국가적 갑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용주 동의 없이 이직이 제한되는 E7비자 등 특정 라인도 집중 보호해야 한다. 웰빙바람을 타고 들어온 인도요리사는 E7 비자를 받는데, 악덕업주에 속아 월급을 절반만 받고도 이직을 못 한다. 월급 중 상당 부분을 업주에게 다시 뜯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폭행이나 따돌림 등에 대해 그는 "임금체불로 회사와 싸우던 외국인 노동자에게 성희롱 누명을 덮어씌워 무마하려는 업주도 봤다"며 "문제가 발견되는 업체는 외국인 사용승인을 몰수하고 행정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 노동부의 예방활동도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