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에리코 파체와 앨범 '사랑의 찬가' 발매
11월5일 서울 잠실 롯데코서트홀에서 듀오 리사이틀 개최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너무나도 기가 막힌 피아니스트들이지만 스타일이 다르다. 손가락으로 하는 연주를 떠나 마음 안에서, 영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음표 하나하나를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첼리스트 양성원(51)이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피아니스트 엔리코 파체와 '사랑의 찬가(Cantique d'Amour)' 앨범을 발매했다. 그는 발마에 앞서 5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서로 다른 두 작곡가의 조화를 이루고, 음악을 통해 그들과 연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첼리스트 양성원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양성원 & 엔리코 파체 듀오'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09.05 deepblue@newspim.com |
앨범 '사랑의 찬가'는 CD 2장으로 구성됐으며, 리스트와 쇼팽의 곡을 담았다. 리스트와 쇼팽은 동시대를 살았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리스트는 외향적인 삶이었던 반면, 쇼팽은 내성적이었던 차이가 있다.
양성원은 "두 사람은 대조적이지만 나이가 들면서 발란스가 맞춰지고 점점 가까워지는 게 재밌는 것 같다. 쇼팽이 세상을 떠나기 전 쓴 소나타는 젊은 리스트의 작품과 비슷하고, 리스트의 후기 작품은 점점 쇼팽화 되어간다. 음악을 하는 순간, 말로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영적으로 작곡가와 곡을 통해 연결되는 것 같다. 그 당시 이들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음표를 썼는지, 그런 음표들이 마음을 꿈틀거리게 한다"고 쇼팽과 리스트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두 작곡가는 현악기를 위해 작곡한 곡이 극히 드물다. 양성원은 "사실 첼로를 위해 쓴 곡은 전혀 아니지만 음악의 열정적 깊이가 깊다. 모국에 대한 그리움, 당시 느낀 투쟁을 너무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20세기 중반에 와서 첼리스트 수준이 많이 올라가면서 공연도 가능하게 됐다. 사실 피아노 비중이 굉장히 많아서 발란스를 맞추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럼에도 "네 줄에 울림통 하나인 첼로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굉장히 역동적으로 표현이 가능하다. 첼로 레파토리가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덜 부담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첼로 레파토리라면 수많은 첼리스트들이 음반을 냈을테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아무런 선입견 없이 훨씬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다"며 "리스트나 쇼팽의 연주를 라이브로 할 때 순간적으로 연결되는 순간이 있다. 아침에 막 뜬 해를 좋아하는데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그런 것과 마찬가지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첼리스트 양성원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양성원 & 엔리코 파체 듀오'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09.05 deepblue@newspim.com |
리스트 곡 중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은 △잊힌 로망스 S.132 △슬픔의 곤돌라 S.134 △노넨베르트의 작은 방 S.382 △엘레지 1번 S.130 △엘레지 2번 S.131 △여섯 개의 곡으로 이루어진 위안이다. 작품의 대미는 '시적이고 종교적인 선율 S.173'에서 가져온 △아베 마리아 △사랑의 찬가가 장식한다. 쇼팽의 작품은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Op.65 △서주와 화려한 폴로네이즈 Op.3 △올림 다단조 녹턴이다.
양성원은 "리스트와 쇼팽의 곡을 연주하는 과정부터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쇼팽의 소나타 자체는 많이 알려진 곡이기 때문에 청중들에게도 익숙하지만, 리스트는 극히 드물게 연주한다. 또 리스트의 곡 중 제일 긴 곡이 9분이고 나머지는 다 4~5분의 소품들이다. 쇼팽은 1악장만 해도 15분이 넘는다. 앨범에 수록된 순서는 이러한 발란스를 맞춘 것"이라고 소개했다.
꾸준히 음반을 발매하고 있는 양성원은 음반 작업 자체가 음악적 영감을 준다고 말한다. 그러나 같은 소절을 19번 반복해 녹음할 정도로 힘든 과정이기도 하다.
그는 "녹음하는 과정에서 많이 배운다. 끝없이 반복하는 과정에서 어떤 영적인 게 담긴다. 이런 과정이 있어야 감동이 생긴다. 녹음이 공연보다 더 피곤하다. 하지만 내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가장 깊은 곳을 표현할 수 있다"며 "훌륭한 연주는 조화가 중요하다. 내적인 것에서 답을 찾기 때문에 계속 반복해야 한다. 모든 음악가가 추구하는 건 다르지만 이상을 꿈꾸기에 이 나이가 되도록 첼로와 싸우고 매일 다시 줄을 맞추고 활을 든다. 영적으로 무한히 성장할 수 있는 아주 축복받은 직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첼리스트 양성원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양성원 & 엔리코 파체 듀오'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09.05 deepblue@newspim.com |
양성원과 엔리코 파체는 음반 발매를 기념해 오는 11월5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듀오 리사이틀을 연다. 양성원은 오랜 시간 함께한 엔리코 파체에 대해 "어느 누구보다도 진지한 음악가다. 악보 뒤, 음표 뒤에 있는 수많은 색채, 감정을 찾기 위해 하루 종일, 며칠, 몇달을 고민하고 반복한다. 끊임없이 상상하고 수정하면서 0.5초의 타이밍까지도 회의한다. 이런 일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귀하고 소중하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서울 공연에 앞서 10월26일 경기도 문화의전당, 27일 인천 엘림아트센터, 30일 여수 GS 예울마루 공연도 예정돼 있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