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부 "자금은 다른 우선순위에 투입될 것"
[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파키스탄 방문을 앞두고 미국이 파키스탄에 대한 3억달러(3345억원) 규모의 군사 지원을 취소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콘 포크너 미 국방부 대변인은 "파키스탄이 남아시아 전략 지원을 위한 결단력 있는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며 취소된 원조 자금을 다른 '긴급한 우선순위'에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조지프 던포드 미 합참의장은 이번 주 인도를 방문하기에 앞서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진행되는 임란 칸 신임 총리와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군사 원조 중단을 두고 "미국이 파키스탄에 '폼페이오 국무장관과의 험난한 회담에 대비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란 칸 파키스탄 신임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은 무장 이슬람 정치단체 탈레반의 소탕 문제를 두고 파키스탄과 날 선 공방을 벌여왔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파키스탄이 탈레반과 탈레반 계열의 하카니 네트워크에 파키스탄 영토를 은신처로 제공했다고 주장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역시 파키스탄이 아프가니스탄과 미국의 안보에 위협을 가하는 무장 세력을 보호함으로써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파키스탄에 강경한 태도를 보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1일 트위터를 통해 "미국이 바보같이 지난 15년간 파키스탄에 330억달러 이상을 지원했지만, 그들은 미국의 지도자들을 바보로 여기고 거짓말과 속임수만 돌려줬다"며 "파키스탄은 우리가 잡으려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는 테러리스트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해주고 있다"고 비난해 파키스탄의 고위 지도층을 격분하게 만든 적 있다.
반면 파키스탄 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자국민 6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으며, 테러소탕 작업에 1200억달러 이상을 소진했다고 항변해왔다.
미국의 군사 지원 중단을 둘러싸고 일각에선 여러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FT는 사안에 정통한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폼페이오 장관이 파키스탄 총리와의 만남에서 미국이 원하는 인사들의 이름과 타깃을 정확히 찾아내는 데 도움을 줄 것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후세인 하카니 전 주미 파키스탄 대사는 군사 원조 중단을 두고 "파키스탄에 친(親) 탈레반 정책 유지가 얻을 것 보다 잃을 것이 더 많다고 설득하는" 미국의 전략 중 일부라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워싱턴의 압박이 파키스탄을 자국에 50년 이상 무기를 공급해온 중국으로 등을 돌리게 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파키스탄과 중국은 긴밀한 경제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중국은 현재 파키스탄의 인프라 사업에 600억달러 이상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몇몇 애널리스트들은 군사 원조 중단이 파키스탄을 통해 탈레반을 협상 테이블로 끌고 나오려는 미국의 시도를 오히려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키스탄 전 고위 외교관도 FT에 "미국이 파키스탄과 협상하길 원한다면, 파키스탄에 대한 압박수위를 지속해서 높여서는 안된다"며 미국의 조치로 파키스탄이 지금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saewkim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