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관계 개선 아시아 안정에 긍정적이지만, 불가피한 한계 있어
[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세계 경제 관계가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 일본 관계가 부쩍 가까워져 관심을 끌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30일(현지시간) 논평했다.
FT는 31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개최된 ‘7차 중일 재정대화’가 양국 간 해빙의 가장 최근 신호라며, 이는 분명 반길 만한 일이지만 양국 관계에는 태생적으로 불가피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양국 간 무역 규모는 3000억달러(약 334조1700억원)를 넘었으며, 주당 1000건 이상의 항공 운항이 이뤄졌다. 하지만 2011년만 해도 중국 최대 외국 투자국이었던 일본은 2016년 5위 투자국으로 떨어졌다.
양국 관계가 경색된 것은 2012년 일본 정부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개인 소유자에게 20억5천만엔을 주고 구입해 정식으로 국유화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로 인해 중국과 일본 간 관계가 전후 최악으로 치달았다.
이후 미중 관계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 2기 때 크게 개선되고 트럼프 행정부 취임 첫 해까지도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중국은 딱히 일본과의 관계를 풀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들어 무역전쟁을 불사하겠다는 태도로 관세전을 퍼붓자 중국은 수년 간 뒷전으로 밀어 놓았던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부랴부랴 움직이고 있다.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2013년 취임 후 처음으로 지난 5월 일본을 방문했다. 중국 총리로서는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한 것이다. 리 총리의 방일 한 달 전에는 양국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중일 고위급 경제대화’를 개최했다.
또한 지난달 중국 주재 일본 대사는 ‘중일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을 맞아 인민일보로부터 칼럼 기고를 요청받기도 했다.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날 열린 중일 재정대화의 주제는 지난 2013년에 종료된 통화 스와프를 되살리는 것으로, 이는 상징적 의미가 더욱 중요하다. 이번 대화를 통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연내 방중 계획에 가닥이 잡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관계 개선 노력은 일본 정계를 양분화시켰다. 한 쪽에서는 중국을 여전히 안보 위협으로 보고 있는 한편, 아베 총리를 중심으로 한 다른 세력은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기회로 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은 또한 가장 중요한 동맹인 미국과의 관계를 훼손하지 않도록 외교적 균형을 잘 잡아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 일본은 트럼프의 관세 공격에 대한 반감을 중국과 공유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로 아직도 씁쓸한 기분을 떨치지 못하고 있지만, 일본은 중국과의 해빙이 절대 미일 동맹을 시험에 들게 하지는 않을 것이란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 관계는 과거사와 영토 분쟁에 가로막혀 우방국이 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일본 정치인들은 잊을 만 하면 과거사에 대한 망언을 내놓아 화해의 길을 꼬아 놓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국내 정치적 목적에 맞는다면 주저 없이 일본에 대한 반감을 부추길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일본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십분 활용하는 태세여서 아시아 지역 안보에 큰 도움이 되고 있으며, 중국도 단순한 변덕으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꾀하는 것이 아니라는 관측이 우세해지고 있다. FT는 양국이 서로와의 관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며 시소 게임을 하지 않고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아시아 전체의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논평했다.
지난 5월 1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중일평화조약 체결 4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우)와 리커창 중국 총리.[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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