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폭염·미세먼지 등 잇따라 '오보'...'구라청' 굴욕
미국, 일본기상청·해외 앱 이용 증가...전문 카페 인기
[서울=뉴스핌] 김세혁 기자 = “기상청 예보는 참고 정도만.”
안양에 사는 A씨(46)는 이번에 한반도를 할퀸 19호 태풍 ‘솔릭(SOULIK)’의 정보를 인터넷 카페에서 얻었다. 태풍의 위력이나 이동경로가 기상청보다 빠르고 정확하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E.I.M.O(아이모)라는 이 카페는 태풍, 지진, 날씨, 황사 등 재난과 자연재해 정보를 공유한다. ‘과학 실력에 상관없이 편하게 대화하며 지식과 정보를 얻어갈 수 있는 카페’를 지향한다.
실제 이곳은 쉽고 정확하며 빠른 정보공유로 호평을 얻고 있다. 일방적 주장보다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결과를 도출하기 때문이다. A씨는 “회원들은 미 해군기상청 같은 특수기관 데이터까지 구해와 비교 분석한다”며 “댓글로 각자 지식을 총동원, 토론식으로 가장 신뢰할만한 결론을 찾아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상학에 대한 회원들 애정이 대단하다. 누가 돈 줘서 하는 일도 아닌데 열정이 느껴진다”며 “어렵고 헷갈리는 기상관련 용어도 쉽게 풀어 설명해준다”고 귀띔했다.
일본기상협회가 예측한 19호 태풍 '솔릭' 이동경로 [사진=일본기상협회] |
A씨처럼 태풍과 폭염, 미세먼지 등 기상정보를 ‘기상청’ 이외의 경로로 입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 기상청이나 기상협회 등이 대표적이다. 아이모처럼 특수기관 자료까지 동원하는 '파워 집단'도 있다. 미세먼지 예보는 이미 해외 무료 앱이 대세가 됐다.
자전거나 등산동호회 등 날씨에 민감한 사람들은 “기상청은 예보가 아니라 생중계하는 곳” “어차피 참고만 한다”고 웃어넘긴다. 회원들 사이에선 "구라청이라고 비판할 시간에 알아서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웃픈' 이야기도 나온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늘 맑음'이란 기상청 예보에도 알아서 우산을 챙긴다.
이런 불신은 기상청 스스로 키웠다는 지적이 많다. 기상청은 그간 태풍, 폭염, 강추위, 미세먼지 등 각종 기상상황을 헛짚어 ‘구라청’이란 오명을 썼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기상청의 강수 적중률이 46%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2016년 여름, "무더위는 광복절쯤 끝난다"던 예보도 멋지게 빗나갔다. 중순에는 꺾인다던 올해 1월의 역대급 추위는 그달 하순까지 이어졌다.
'구라청'이란 따가운 비판은 기상악화에 따른 대형참사를 거치며 한층 거세졌다.
기상청은 2006년 짙은 해무로 서해대교 29종 추돌사고(12명 사망)가 발생하자 2010년 도입을 목표로 안개특보 시스템을 가동했다.
하지만 2009년 시범운영 결과 안개특보 시스템의 정확도는 고작 22%로 집계됐다. 기상청이 헤매는 사이, 2015년 영종대교에서는 역대 가장 규모가 큰 106중 추돌사고(2명 사망)가 벌어졌다. 원인은 2006년 참사 때와 똑같이 ‘안개’로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일각에선 비난 이전에 구조적 문제 해결이 급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기상청은 순환보직의 부작용, 비정규직 과다 등 구조에 관한 지적을 받아 왔다.
그럼에도 기상청은 정확한 일기예보가 생명이며, 국민안전을 책임져야 된다는 이야기가 더 많다. 네티즌 사이에서는 "1987년 태풍 ‘셀마’ 상륙 당시 '한반도 관통은 없다'는 기상청 오보에 엄청난 피해가 났다"는 논란이 여전하다.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