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예정대로 추가 관세 부과…중국 WTO 제소로 맞대응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이 관세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맞대응으로 팽팽한 대립각을 세운 가운데, 이틀간의 무역 협상이 뚜렷한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23일(현지시각) 백악관은 중국과 이틀 동안 “공정하고 균형 잡힌 호혜적 경제 관계를 어떻게 수립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또 양측 논의 내용에는 지적재산권과 기술이전 정책을 포함해 중국 내 구조적 이슈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린지 월터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미국으로 와서 이번 협의에 참여해 준 중국 대표단에 감사드린다"면서 "미국 대표단이 주요 논의 내용에 대해 브리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은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로 이번 중간급 협상이 결렬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예상했던 대로 아무런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양국 간 무역 긴장이 이어지면서 그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중국과 미국 국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
◆ ‘팽팽’한 입장 차
지난 22일부터 워싱턴에서 시작된 양국 차관급 무역회담은 지난 6월 이후 처음으로 진행된 협상이지만, 양국의 팽팽한 입장차로 협상 전망은 시작부터 밝지 않았다.
관계자들은 이번 대화가 왕셔우원 중국 상무부 부부장과 데이비드 말패스 미국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 등 차관급 각료 주도하에 이뤄지는 만큼, 고위 의사결정권자들에게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은 협상 도중 추과 관세 조치를 예고대로 진행했다. 지난 23일 0시 1분부터 미국은 279개 중국산 수입 품목에 대해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주 타깃 품목 중에는 반도체, 화학, 플라스틱, 오토바이, 전기스쿠터 등이 포함됐다.
미국은 이미 지난 7월 340억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 상태로, 이번 추가 관세까지 더해져 글로벌 공급망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국이 예상대로 추가 관세 부과에 나서자 중국은 즉각 보복을 예고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가 시작된 직후 성명을 통해 "중국은 관세 부과 조치에 나선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것"이라면서 미국에 맞서 계속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존 누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회장은 관세 조치가 중국 기업보다는 미국 기업에 더 많은 피해를 입힐 것이라면서, 중국서 수입하는 반도체 제품 대부분은 미국에서 반도체로 제조가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포워더 플렉스포트(Flexport) 담당이사 핸리 고는 미중 관세 전쟁으로 이미 선박 및 항공 화물 운송비와 창고비용이 올랐다면서, 공급망 전체에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 협상 기대에 ‘찬물’ 끼얹은 트럼프
이번 대화에 앞서 재계에서는 양국이 진지한 협상을 시작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협상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밝혀 찬물을 끼얹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분쟁 종료에 대한 별도의 시간표는 없다"면서 "나는 그런 것을 좋아한다, 나는 장기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가 하면, 중국이 미국 정부에 의해 부과된 관세를 메우기 위해 위안화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트럼프의 강경론은 중국을 자극했고, 소식통들은 중국 당국 고위급에서까지 무역 분쟁에 대한 트럼프의 태도에 쓴소리가 나왔다고 전했다.
다만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뉴스 브리핑에서 양국 회담 세부사항에 대한 언급은 자제한 채 “중국은 미국이 이성적이고 실용적이며, 양심적인 태도로 중국과 중간 지점에서 만나 좋은 결과를 도출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