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트럼프 행정부와 과격한 무역 전면전 속에 중국이 딜레마에 빠졌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유동성 공급에 의존한 경기 부양을 추진하는 동시에 이미 천문학적인 규모로 불어난 부채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난제를 만났다는 얘기다.
중국 위안화 [사진=블룸버그] |
성장 호조와 주가 강세를 보이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위안화 급락과 경제 지표 둔화가 뚜렷하다. 미국과 힘겨루기에서 힘이 달리는 형국이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대규모 관세에 따른 경기 하강을 차단하기 위해 은행권과 지방정부에 유동성 공급 및 대규모 투자를 압박하고 있다.
아울러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완화를 통해 베어마켓으로 주저앉은 주식시장을 지켜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문제는 눈덩이 부채가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기업 디폴트가 늘어나는 상황에 레버리지를 추가로 동원했다가 화를 자초할 수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국 정부는 과도한 부채로 중단했던 지방정부의 인프라 프로젝트를 재개하도록 했다. 경전철과 지하철 건설 및 동북 지역의 산업 도시 건설 등 먼지를 날리고 있던 현장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경기를 살리겠다는 복안이지만 이보다 부채가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나섰던 중국 정부가 특정 산업에서 다른 산업으로 레버리지의 ‘수건 돌리기’를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와이그램 캐피탈 어드바이저스의 로드니 존스 대표는 NYT과 인터뷰에서 “부채 위에 세워진 경제를 정부의 유동성 공급으로 지탱하겠다는 대응이 결실을 맺기 어려울 것”이라며 “부양책이 과거와 같은 경제 성장을 이끌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 중국 하얼빈 시는 기금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연금을 지급하지 못했다. 중국 은행권의 부실 여신은 가파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고, 기업 디폴트가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 시행 이후 중국의 소비 둔화 조짐이 뚜렷하다.
상황은 지켜보는 시장 전문가들은 빚에 의존한 경기 부양책이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한편 중국의 경기 하강 기류가 더욱 분명해질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이며 맹공에 나설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실제로 백악관 내부에서 중국이 폭탄 관세에 흔들리고 있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제경제위원장은 지난주 각료 회의에서 소매 판매와 산업 생산, 기업 투자 등 중국의 주요 지표가 최근 수개월 사이 크게 둔화되고 있다며 관세에 따른 타격이 본격화됐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고문을 맡은 경제학자 아서 래퍼는 백악관에 ‘중국의 대 몰락’이라는 제하의 보고서를 제출, 미국의 관세가 반세기에 걸친 중국 경제의 성장을 탈선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머지 않아 미국을 앞지르고 세계 1위 경제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중국이 일대 위기를 맞았다는 지적이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