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피해자 본인은 ‘촬영물 제공’ 상대방에 포함되지 않아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교제 중인 여자친구의 나체 사진을 몰래 찍어 여자친구에게 전송한 것은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등에 의한 촬영)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38)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촬영 대상인 피해자 본인에게 사진을 전송한 것은 무죄라는 2심 판결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촬영행위뿐만 아니라 촬영물을 반포·판매·제공하는 행위를 처벌함으로써 유포를 방지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촬영 대상이 된 피해자 본인은 ‘제공’의 상대방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이형석 기자 leehs@ |
성폭력처벌법 14조1항은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해 촬영하거나 이를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전시·상영’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이씨는 2016년 전 여자친구인 피해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나체 사진을 촬영했고,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자신을 제지한 피해자를 밀쳐 폭행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심 모두 이씨가 피해자가 몰래 촬영한 행위와 폭행은 유죄로 보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쟁점이 된 부분은 피해자 동의 없이 촬영한 사진 1장을 피해자 휴대전화로 보낸 것에 대한 유무죄 여부였다.
무죄로 판결한 2심 법원은 “자신의 신체에 관한 영상이 의사에 반해 타인에게 유포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인격권 중 ‘자기정보통제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피해자를 촬영한 사진을 피해자 자신에게 전송하는 것까지 조항의 구성요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심 법원은 또 “사진 전송으로 인해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할 경우 협박죄·공갈죄 등으로 처벌할 수 있다”면서 “전송자의 성적 욕망을 채우기 위한 것이었다면 성폭력 처벌 특별법 제13조(통신매체 음란행위)로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촬영 대상이 된 피해자 본인은 제공의 상대방인 ‘특정한 1인 또는 소수의 사람’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원심 판단이 옳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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