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발언에 즉각적인 반응...월가 IB들 상승 추세 꺾기 힘들어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달러 인덱스가 5일 연속 하락, 13개월래 최고치에서 크게 밀렸다. 지난달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준 때리기’가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제롬 파월 의장의 매파 정책 기조에 대한 연이은 불만과 EU 및 중국이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고 있다는 그의 발언에 외환시장의 트레이더들이 서둘러 달러화 차익실현에 나섰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유로화와 달러화 <사진=블룸버그> |
지난달에 이어 달러화가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월가의 투자은행(IB) 업계는 추세가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21일(현지시각) 장중 달러 인덱스는 달러 인덱스는 0.4% 하락하며 95.32에 거래됐다. 97에 근접하며 13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던 인덱스는 연일 내림세다. 이날 달러화는 유로화와 파운드화에 0.7% 내렸고, 엔화에 대해서도 0.3% 하락했다.
강달러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과 중국 무역 협상팀의 회동을 앞둔 상황과 맞물리면서 시장의 민감한 반응으로 이어졌다.
FXTM의 자밀 아흐마드 외한 전략 헤드는 CNBC와 인터뷰에서 “중국과 EU가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는 지적이 트레이더들의 달러화 차익실현을 부추기고 있다”며 “최근 한 달 사이 수 차례 이어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약달러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드러낸 셈”이라고 말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신흥국 통화 급락과 무역전쟁 리스크 속에 달러화가 안전자산으로 부상하면서 지난 14일 기준 헤지펀드를 포함한 투기세력의 달러화 하락 대비 상승 포지션이 1년래 최고치로 늘어났다.
쏠쏠한 평가차익을 얻은 트레이더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을 빌미로 포지션을 축소하는 움직임이다.
여기에 이번주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의장이 기존의 매파 기조에서 일보 후퇴할 신호를 보일 수 있다는 관측도 최근 달러화 ‘팔자’의 배경으로 꼽힌다.
하지만 소위 ‘트럼프 효과’는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달러화의 추세적인 상승 모멘텀이 여전히 강력하다는 것.
JP모간은 보고서를 내고 달러화가 정점을 찍었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미국의 경제 펀더멘털과 신흥국의 혼란, 이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일제히 달러화의 추가 랠리를 예고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올드 뮤추얼의 마크 내쉬 머니 매니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정치권의 압박으로 인해 달러화가 떨어질 때 매입하는 전략이 적절하다”며 “미국의 상대적인 성장 호조와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로 인해 달러화가 전세계 투자 자금을 흡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달러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트럼프 자신이 달러화를 끌어올리는 장본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로이터는 중국을 필두로 한 주요국과 무역 마찰과 터키, 이란 및 러시아에 대한 고강도 제재가 신흥국 자산의 하락과 달러 강세라는 추세를 만들어냈다고 전했다.
이 밖에 웨스턴 유니온 비즈니스 솔루션스 역시 투자 보고서를 내고 “중장기적으로 달러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