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7시경부터 2시간 동안 저녁...오손도손 손 잡고 식사
젓가락질 못하는 고령 어머니 떠먹여주는 모습에 취재진도 감동
[서울=뉴스핌] 공동취재단 이고은 노민호 기자 = 남북 이산가족 상봉단이 20일 금강산 온정각에서 열린 환영만찬을 끝으로 행사 첫날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남북 상봉자들은 이날 낮 단체상봉에서 못 다한 이야기를 술술 이어가며 한층 긴장을 푼 모습이었다. 앞서 남측 이산가족 89명과 동반가족 197명은 이날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금강산 호텔에서 북측 가족 185명과 단체상봉을 진행했다.
이들은 오후 7시 17분부터 약 2시간 동안 북측 주최 환영만찬에 참석, 65년만에 어렵게 만난 애달픈 사연을 나눴다.
이날 만찬에는 팥소빵, 떡합성, 닭튀기, 밥조개깨장무침, 청포종합냉채, 돼지고기 완자탕, 생선튀기 과일단초즙, 소고기 다짐구이, 버섯남새볶음, 오곡밥, 얼레지토장국, 수박, 단설기, 은정차(茶) 등이 제공됐다. 반주로는 강계포도술공장에서 생산된 인풍술과 대동강 맥주 등이 곁들여졌다.
[금강산=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첫날인 20일 오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북측 주최 환영만찬에 남측 이용성(95)씨와 북측 조카 리순선(62)씨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8.08.20 |
남북 이산가족은 만찬을 함께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안종호(100) 할아버지는 만찬사 내내 북측에서 온 딸 안정순(70)씨와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유관식(89) 할아버지는 북측 딸 연옥(67)씨와 사촌 옥녀(63)씨가 서로 젓가락으로 떡과 닭튀김을 집어주자 매우 밝은 표정으로 받았다. 딸 연옥씨는 "아버지 맛있게 드세요"라는 말을 연신 했다.
[금강산=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첫날인 20일 오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북측 주최 환영만찬에서 남측 백민준(93)씨와 북측 며느리 리복덕(63)씨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8.08.20 |
김한일(91) 할아버지는 쑥떡과 밥조개게장찜 등 먹을거리를 북측 여동생 영화(76)씨의 접시에 덜어주느라 분주했다. 아흔 넘은 노인이지만 자리에서 일어나서 반찬을 덜어주고, 팔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것은 아들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한신자(99) 할머니가 고령으로 손이 떨려 젓가락질을 잘 하지 못하자 옆에 앉아있던 북측 딸 경영(71)씨가 젓가락으로 대신 닭고기를 집어 떠먹였다. 한신자 할머니는 북측 딸들에게 연신 "어서 먹어라"라고 말하며 살뜰히 챙렸다. 이날 저녁 테이블 곳곳에서 오고 가는 정겨운 모습이 취재진에게 진한 감동을 안겼다.
[금강산=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첫날인 20일 오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북측 주최 환영만찬을 앞두고 북측 가족들이 대기하고 있다. 2018.08.20 |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