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극작가 데이비드 그레이그 희곡, 국내 초연
트라이아웃 거쳐 2년간 개발, 색다른 무대 연출에 중점
오는 9월2일가지 CJ 아지트 대학로에서 공연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고정돼 있던 좌석에서 벗어나 무대 정중앙에서, 의자를 360도 돌리면서 보고 싶은 대로 보는 연극은 어떨까.
연극 '집에 사는 몬스터' 공연 장면 [사진=손길한] |
색다른 관극을 통해 나 스스로, 혹은 주변과의 관계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연극 '집에 사는 몬스터'가 공개됐다. 20일 개막에 앞서 CJ 아지트 대학로에서 진행된 프레스콜에서 연출 임지민과 배우들은 입을 모아 "새로운 경험과 재미"를 자신했다.
연극 '집에 사는 몬스터'는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젊은 극작가 겸 연출가 데이비드 그레이그(David Greig)의 '집에 사는 몬스터'의 정식 한국 초연이다. 지난해 1월부터 우란문화재단의 프로젝트개발지원 과정을 거쳐 개발, 지난해 트라이아웃 공연을 마치로 올해 본공연을 올리게 됐다.
작품은 다발성 경화증을 앓고 있는 아버지 '휴'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딸 '덕'이 사회복지사의 방문에 대비해 준비하던 중 짝사랑하는 '로렌스', 의문의 여인 '아그네사'까지 등장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다.
임지민 연출은 "트라이아웃 때는 희곡을 직관에 따라 순간 순간 느낌대로 풀어나갔다. 관객들이 '덕'이라는 소녀가 불우한 환경이지만 우울하지 않게 풀어나간다, 불행하거나 비관적이지 않다는 평을 해주셨다"며 "이번에는 '덕'의 실제 경험, 그가 쓴 소설, 주변 사람들 모든 것들이 '덕'이 만들어낸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 '덕'의 심정을 더 팔로우하려 했고, 굉장히 견고하게 배우들과 함께 만들어나갔다"고 설명했다.
연극 '집에 사는 몬스터' 공연 장면 [사진=손길한] |
무엇보다 독특한 점은 객석을 둘러싼 4면의 무대다. 관객 중 일부는 회전의자에 앉아 자유롭게 방향을 선택해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관객들은 유연한 자세로 원하는 방향이나 배우를 관람할 수 있고, 배우들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임 연출은 "예전부터 이런 무대 구성으로 연출해보고 싶었다. 우란문화재단에서 형식 실험 연극을 하게끔 지원해줬고, 6개월간 어떤 공연을 할까 고민하던 중에 번역자이자 드라마터그 이단비 씨의 추천으로 이 희곡을 보게 됐다. 처음에는 전시나 퍼포먼스 형태로 공연이 될 뻔 했다. 희곡을 본 날, 제 세계관과 잘 맞아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인간은 혼자다'라는 문구에 꽂혔다. X축, Y축, Z축으로 넓게 펼쳐진 도면에서 한 사람을 정육면체로 보는 거다. 살면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단순히 육면체로 봤다. 서로 만나기도 하고, 못 만나기도 하고, 끊임없이 함께 가기도 하는 것들을 무대로 구성화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극 '집에 사는 몬스터' 공연 장면 [사진=손길한] |
등장인물들 주변 세계에 대한 인식을 큐브라는 세계관과 연결, 주인공 '덕'과 아버지의 각 공간이 끊임없이 교차되고 분리되는 구성을 통해 사람과 사람의 관계, 사람과 대상의 관계, 사람과 무의식 차원의 관계성까지 이야기가 나아가는 것이다. 이는 의도적으로 구성된 4면의 무대 연출을 통해 더욱 관객들에게 다가가게 된다.
임 연출은 "많은 관객들이 프로시니엄(Proscenium,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뚜렷한 액자형 무대) 극장에 익숙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프로시니엄이 주는 재미도 있지만, 무대 한 칸을 360도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모든 관객들이 자기의 우주, 자신의 방향성을 가지고, 자기 중심의 360를 가지고 살아간다. 관람할 때 조금 불편하더라도 다양한 시각에서 훔쳐보고 염탐하게 만든 것에 대한 이유와 상대적인 관계성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작은 바람을 전했다.
공연에는 트라이아웃 때 함께 했던 배우 김은석, 남미정, 이지혜, 이종민이 다시 한 번 참여한다. 주인공 '덕' 역은 이지혜, 아버지 '휴' 역은 김은석, '로렌스' 역은 이종민, '아그네사' 역은 남미정이 연기한다.
이지혜는 "일반 프로시니엄 무대에서는 배우들이 앞을 향해 몸을 오픈하는 것에 익숙하다. 그런데 이번 무대는 일반적인 4면 무대도 아니라 제 입장에서도 정말 특이하다. 무대에 섰을 때 어떻게 해서든 골고루 저를 노출시키고자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든 매력적이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연극 '집에 사는 몬스터' 공연 장면 [사진=손길한] |
이종민은 "지난 트라이아웃 공연 때는 내부에 있는 객석을 중심으로 무대가 이루어졌다. 사실 무대 중앙 내부에 있는 객석에서 보는 것이 공연의 콘셉트나 형식과 가장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한다"며 관람 팁을 공개했다.
남미정은 "이런 공간 속에 관객들이 노출돼 살짝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때 자기의 우주를 가져봤으면 좋겠다. 저희의 우주와 부딪히면서 새로운 경험을 해보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연극 '집에 사는 몬스터'는 오는 9월2일까지 CJ 아지트 대학로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