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또 한 차례 친기업 행보..1930년대 구축된 분기 실적 시스템 흔들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뉴욕증시의 상장 기업 실적 발표를 분기에서 반기로 조정하는 방안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안하면서 월가가 술렁거리고 있다.
17일(현지시각) 트윗을 통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주주들의 등살에 지쳐 상장폐지를 모색 중인 테슬라의 움직임과 맞물리면서 더욱 조명이 집중됐다.
테슬라 [사진=로이터 뉴스핌] |
사실 실적 발표 기간 문제는 뉴욕증시의 상장 기업과 월가 투자은행(IB) 사이에 끊임 없이 불만이 제기됐던 쟁점이다.
딘기 성적표에 대한 주주들의 압박이 작지 않은 데다 매년 네 차례의 어닝 시즌을 치르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것.
법인세 인하와 도드 프랭크법 완화를 포함해 친기업 행보를 취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또 한 차례 기업의 편에 섰다는 평가다.
최근 테슬라의 상장폐지 논란은 분기 실적 발표 체제로 인한 기업 경영자들의 압박감을 드러내는 단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주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엘론 머스크 최고경영자는 공개 기업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분기마다 돌아오는 실적 발표 사이클을 지켜야 하고, 이는 엄청난 부담이라고 주장했다.
12년간 펩시를 이끌다 최근 은퇴를 결정한 인드라 누이 CEO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그는 지난주 뉴저지에서 12명의 기업 경영자들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을 가진 자리에서 실적 발표 시스템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자산 규모 6조달러의 블랙록을 포함해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미국 투자자들이 단기 성과에 필요 이상 커다란 무게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미국 SEC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시장과 미국 언론의 관심은 후끈 달아올랐다.
SEC가 실적 발표 기간을 재검토, 기존의 분기 체제를 반기 체제로 전환할 경우 1930년대 구축된 뉴욕증시의 시스템이 구조적 변화를 겪게 되는 셈이다.
또 이는 주식은 물론이고 채권 투자자와 공매도 및 투기거래자들에게 작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무엇보다 상장 기업들은 시스템 변화에 크게 반색할 전망이다. 가치 투자의 구루로 통하는 워렌 버핏을 포함해 장기 투자에 무게를 두는 이들 역시 긍정적인 표정이다. 실제로 버핏은 분기 실적 발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반면 짐 채노스와 그 밖에 공매도 투자자들의 입장은 다르다. 채노스는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기존의 미국 실적 발표 시스템은 전세계에서 최고”라며 “실적 발표는 자주할수록 좋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적시에 제공되는 투명한 경영 정보에 크게 의존하는 모멘텀 투자자들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이 달갑지 않다.
한편 일부 외신은 전문가들 사이에 체제 변경이 의회의 승인을 요구하는 것인지 여부를 놓고 유권해석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