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미국 출신의 로버트 캠벨 일본 국문학연구자료관장이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했다고 16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미국 출신의 일본문화학자인 캠벨 관장은 도쿄대 명예교수직도 맡고 있는 등 일본 학술계에서 높이 평가받는 인물 중 한사람이다.
캠벨 교수는 지난 14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스기타 미오 자민당 의원의 '동성커플은 생산성이 없다'는 발언을 문제 삼으며 "(동성애자가) '여기에 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커밍아웃의 이유를 밝혔다. 이어 그는 "일본의 분위기를 바꿔야 할 시기가 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버트 캠벨 국문학연구자료관장 [사진=로버트 캠벨 트위터] |
캠벨 교수는 아사히신문 취재에서 커밍아웃의 이유로 스기타 의원이 중의원에서 성소수자에 대해 차별적인 내용의 기고문을 올린 게 계기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전엔 게이라는 사실을 언론을 통해 호소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동일본 대지진을 통해 학자가 연구실 안에만 있어서는 안된단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미국을 보면서 위기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던 찰나 스기타 의원의 기고문이 인터넷에 퍼지는 걸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고통과 상처를 받았다"며 "정면에서 반박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러려면 나 자신을 밝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캠벨 교수는 이미 주변에는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밝혀왔었다. 그는 "게이라는 사실을 주변에 밝혀왔지만 무시 당하거나 커리어에서 불이익을 받은 적은 없었다"며 "7년 전 병을 앓았을 때도 병원에 동성파트너의 존재를 얘기해 좋은 대접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사례가 일본에서 보편적인 일이 아님을 알게 됐다. 그는 "일본에서 만난 당사자들과 얘기해보면 내 사례는 '당연한' 일이 아니었다"며 "스기타 의원은 '성소수자에 있어 일본은 꽤나 살기 편한 사회'라고 했지만, 당연한 권리를 행사못하는 성소수자가 대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스기타 의원은 해당 기고문에서 "여자학교에선 여성이 유사연애 대상이 되지만 성장하면서 모두 남성과 연애해 보통 결혼한다"는 내용을 적기도 했다.
캠벨 교수는 "커밍아웃하지 못하는 어린 당사자를 고통스럽게 해온 전형적인 주장"이라며 "일본은 (성적소수자를) 적극적으로 배제는 하지 않지만 제도상으로 공인하지도 않는다. 모두가 일본의 분위기를 바꿔야 할 시기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성소수자 인권을 보수·진보로 나눠선 안된다는 인식도 밝혔다. 캠벨 교수는 "성적소수자 인권은 보수나 진보의 대립이 아니다"라며 "정당정치의 틀에서 말하면 논의는 오히려 더디게 진행되면 막다른 길로 간다"고 했다.
이어 "성적소수자가 자신의 가능성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을 해소해 나가야 한다는 인식을 발견해야 한다"며 "스기타 의원의 기고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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