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까지 AMI 2250만호 공급…6월 기준 설치률 30% 남짓
저조한 설치율 표면적 이유는 업체선정·안전성 검증 등
속내는 5200명 검침원 정규직 전환 문제 해결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한국전력의 지능형 전력계량시스템(AMI) 보급 사업이 5200명에 달하는 협력사 소속 검침원의 정규직 전환에 발목이 잡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AMI는 정부가 추진하는 스마트그리드(Smart Grid, 전력망 전보통신기술) 구현을 위해 필요한 핵심 인프라로, 주택용 전력수요관리 및 누진제 개편의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검침원이 일일히 전기사용량을 측정할 필요없이 15분 단위로 한전에 사용량이 전달되며, 소비자 또한 전기사용량, 예상 요금을 1시간 단위로 확인할 수 있다.
◆ 한전, 2020년까지 1조7000억 투입…전국 2250만호 AMI 보급 완료
12일 에너지당국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2020년까지 1조6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AMI를 전국 2250만호에 보급 완료할 계획이다. 2250만호는 100kW 이하의 저압 계약전력을 맺은 가정집과 상가, 소규모 중소기업 등을 포함한다. 이중 가정집이 90% 가량을 차지한다.
하지만 한전이 지금까지 보급한 AMI는 지난 6월 말 기준 680만호 수준이다. 목표치 대비 약 30% 수준이다. 당초 계획은 2016년 50%, 2017년 80%, 2020년 100%였지만, 계획보다 한참을 뒤쳐져 있는 상황이다.
AMI 도입이 늦어지는 표면적인 이유는 통신방식을 정하고 업체 선정 및 해킹 우려에 따른 안전성 등을 검증하기 위해서다. 2014년 AMI 도입 당시 핵심부품 수급문제로 인한 지연과 특허 분쟁 등으로 2년 6개월 가량 사업이 중단된 바 있다.
또한 AMI가 계량 정보를 빅데이터로 분석해 사용자 생황 패턴을 읽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도 꾸준히 제기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한전 측은 "AMI는 전기 사용량 패턴을 읽어 누진제 등 요금제를 개편하고 전력량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도입됐다"며 개인정보 유출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24일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사상 최대치까지 급증하면서 전력예비율이 이틀 연속 10% 이하로 떨어졌다. 전력예비율이 10% 이상이어야 수급이 안정적이라고 보지만 일찍 찾아온 폭염이 지속되면서 예상을 빗나가고 있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지역본부 전력 수급 현황판에 전력 예비율이 8.1%를 기록하고 있다. 2018.07.24 leehs@newspim.com |
실제 한전은 AMI가 보급된 가구를 중심으로 전력 사용 데이터를 분석해 계절·시간대별 요금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올 하반기에는 2000가구를 대상으로 실증사업을 실시해 2021년 세종 스마트시티에 전면 도입한다는 목표다.
재원조달 문제도 AMI 도입이 늦어지는 걸림돌 중 하나다. 한전은 지난해 4분기 -1294억원, 올해 1분기 -1276억 2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해 반년만에 25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봤다. 더욱이 이번 여름 폭염에 따른 정부의 누진제 완화 방침으로 2761억원의 부담금을 떠안아 1년 새 1조원에 가까운 적자가 예상된다.
한전 관계자는 "당초 목표보다 진행속도가 더딘건 사실이지만 예정된 2020년까지는 최대한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며 "올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AMI 도입 시 5200명 검침원 일자리 위태…자회사 고용도 지지부진
AMI 도입이 늦어지는 한전의 속내에는 한전 협력사 소속 5200명 전기검침원의 정규직화 문제가 걸려있다. 에너지 수급 정책 개선의지가 뚜렷한 정부가 속도를 낸다면 당초 목표보다 기간을 앞당길 수 있지만, 동시에 고용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는 것이다.
지금껏 AMI가 도입된 가정을 제외한 가정별 전기 검침은 한전 협력사 소속 검침원 5000~6000명을 통해 이뤄졌다. 하지만 지능형 방식인 AMI 도입이 본격화면된서 이들 검침원들의 일자리가 위태로워졌다. 한전은 공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들을 떠안고 간다는 입장이지만 생각만큼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한전과 전기검침 협력사 등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한전산업개발 등 협력사 소속 전기검침원 5200명을 한전이 100% 출자해 설립한 자회사 소속으로 편입시켜 정규직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대상에 협력사 직원들은 포함되지 않지만 일자리 정부 기조에 맞춰 공기업의 책무를 다한다는 취지다.
전남 나주에 위치한 한국전력공사 본사 전경. <사진=한국전력공사> |
한전과 한전사업개발 등 6개 검침 협력사 등은 지난달 30일 전남 나주 한전 본사에서 '검침 근로자의 자회사 정규직화를 위한 협약서'를 체결하고 "한전이 전액 출자해 자회사를 설립하고 검침원을 고용한다"고 합의했다. 검침원들의 정규직 전환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된 지난해 말 이후 약 1년 만이다.
한전 관계자는 "현재 자회사 법인을 설립해 협력사 직원들을 고용한다는 데까지는 합의가 완료됐다"며 "올해 말까지 이들 검침원들이 한전 소속 정규직 직원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상황이 어느정도 일단락 된 상황에서도 한전의 부담을 여전히 클 수 밖에 없다. 우선 비용 문제다. 검침원 5200명은 한전 전체 직원의 4분의 1로 이들을 정규직 전환시 어마어머한 추가 인건비가 투입될 것임이 불보듯 뻔한다. 가뜩이나 재정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의 정규직 채용은 자칫 경영난을 악화시킬 수 있다.
2020년 AMI 도입 완료 후 이들 검침원들의 활용방안도 아직 구체적으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전 측은 검침원들의 임무가 검침 외에도 전기료 송달, 단전, 기타 고객서비스 등 여러가지로 활용되고 있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주업인 검침 업무를 빼놓고 얼마나 효과적인 활용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j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