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소터' 도입으로 분류 업무 강도 ↓
CJ대한통운, 올해 178개 서브 자동화 완료
[서울=뉴스핌] 조아영 기자 = "많이 편해졌죠. 예전엔 7시간도 걸렸던 분류 작업이 지금은 절반으로 줄기도 했고 3~4명이 번갈아가면서 해요."
지난 9일 오전 10시, 경기도 부천시에 위치한 CJ대한통운의 영등포지점 양천서브터미널에서는 배송을 앞둔 택배상자에 대한 분류 작업이 한창이었다.
통상 택배기사들의 오전 일과는 분류로 업무로 시작한다. 서브터미널에 모인 택배상자들을 지역별로 분류해 담당 구역의 택배들을 각자의 배송 차량에 싣는다.
끊임없이 택배상자들이 들어오고 있었지만 택배기사들의 표정엔 여유로움이 한껏 묻어났다. 서로 농담을 건네거나 수다를 떨면서 택배상자들을 분류하고 있었다. 이는 CJ대한통운이 서브터미널에 도입한 '휠소터(자동분류기)' 덕분이었다.
경기도 부천시 오정동에 위치한 CJ대한통운 영등포지점 양천서브터미널의 휠소터(자동분류기) [사진=조아영 기자] |
휠소터는 택배 상자들을 배송 지역별로 자동 분류해주는 장비다. 수송 차량에서 내린 택배 상자들을 컨베이어벨트 위에 올려놓으면, 'ITS(인텔리전스 스캐너)'가 송장 바코드를 읽고 택배 기사 앞으로 보내준다. 택배기사는 자신의 앞에 도착한 택배상자를 확인해 쌓아둔 뒤 배송차량에 싣기만 하면 된다.
이날 오전 9시에 출근한 택배기사 이재훈씨는 약 3시간 뒤 물품을 싣고 배송을 떠났다. 분류 작업은 7시부터 시작됐지만, 이씨가 오기 전 동료 기사가 이씨의 담당 지역 택배들까지 분류를 함께 해줬기 때문이다. 이들처럼 택배기사들은 3~5명씩 조를 이뤄 분류 작업을 돌아가면서 담당하고 있었다.
분류 자동화 이전에는 100명이 넘는 기사들이 하나하나 택배상자를 눈으로 확인해야만 했다. 평균 5시간에서 물량이 많으면 7시간까지 컨베이어벨트 앞에 서서 분류 작업을 진행했다.
배송을 떠난 택배기사의 담당 구역 택배상자들이 쌓여있는 모습 [사진=조아영 기자] |
분류도우미를 따로 고용하는 기사들도 있었다. 분류도우미는 휠소터가 분류한 택배물품들을 확인 후 기사의 차량 앞에 쌓아두는 역할을 한다.
택배기사의 어머니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모(65)씨는 분류도우미로 일하고 있었다. 김씨는 "확실히 자동분류가 되면서 일이 편해졌다"며 "일도 크게 어렵지 않고 집에 있는 것보다는 나와서 일하는게 재밌다"고 말했다.
양천서브터미널에는 총 165명의 기사와 24명의 분류도우미가 근무하고 있다. 전국에 총 500여명의 분류도우미가 있으며, 이들은 주로 주부나 장년층이다.
택배기사의 물량 및 수입이 증가하면서 부부나 가족이 함께 택배사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늘어났다. CJ대한통운에서 부부가 함께 일하는 수는 약 1800명 정도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회사는 택배기사에게 월 평균 560만원을 지급한다. 제반비용을 제외한 순수입은 평균 420만원으로 추정된다. 또, 연간 매출이 7천만원 이상인 택배기사는 전체 중 약 23%를 차지한다.
20년째 택배업계에 종사중인 임만섭(64)씨는 "과거에 비해 물량이 엄청 많아졌지만 일하기는 훨씬 좋아졌다"며 "군대에 다녀온 후 일을 찾고 있던 아들에게 권유해서 함께 일하고 있고 조카들도 직영 직원으로 근무하고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부천시 오정동에 위치한 CJ대한통운 영등포지점 양천서브터미널에서 분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조아영 기자] |
한편, CJ대한통운은 현재 145개 서브터미널에 휠소터를 설치했으며, 올해 12월까지 총 178개 서브터미널의 자동화를 완료할 예정이다.
최우석 CJ대한통운 택배사업본부장은 "분류 업무 강도가 높은 점을 회사가 고민했고 그 결과 답은 자동화였다"며 "올 연말에는 물량 기준 95% 이상이 서브 자동화가 된다"고 설명했다.
likey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