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UN) 사무총장이 나가사키(長崎) 평화기념식에 참석해 '핵 없는 세상'으로 나아가자며 강하게 호소했다. UN사무총장의 나가사기 평화기념식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9일 NHK에 따르면 구테헤스 사무총장은 평화기념식 연설에서 "나가사키가 핵무기로 고통받은 지구 상 마지막 장소가 되도록 다짐하자"고 말해, 제자리걸음을 보이고 있는 핵군축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나서자고 촉구했다.
나가사키 평화기념식에 참석한 안토니오 구테헤스 UN사무총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나가사키시 평화공원에선 원자폭탄 투하 73주년을 맞아 이날 오전 10시 40분부터 피폭자를 기리는 '평화기념식'이 열렸다.
식전에서는 지난 1년 간 사망한 피폭자 3511명의 이름을 더해 총 17만9226명의 이름이 적힌 원자폭탄 사몰자(死沒者)의 명부를 기린 뒤, 원자폭탄이 투하된 시각 11시 2분에 맞춰 참석자 묵념을 통해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행사엔 나가사키 원폭 피폭자 및 그 유족뿐만 아니라 구테헤스 UN사무총장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참석했다.
구테헤스 총장은 평화기념식 연설에 나서 "나가사키는 강인함과 희망의 빛이 있는 인간의 불굴의 정신의 상징이다"라며 "우리는 피폭자들의 목소리의 귀를 기울여야 하고, 나가사키의 비극을 반복해선 안된다. 새로운 피폭자가 나와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피폭으로부터 73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핵전쟁의 공포와 함께 살고 있다"며 "핵군축 프로세스는 속도를 잃어 거의 정지돼있으며, 이런 상황에 대해 많은 국가들이 지난해 핵무기 금지조약을 채택하면서 불만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구테헤스 총장은 "특히 핵보유국에는 핵군축을 견인할 책임이 있다"며 "나가사키가 핵무기로 고통받은 지구 상 마지막 장소가 되도록 다짐하자"고 말해, 국제사회가 연대해 핵폐기에 나설 것을 호소했다.
나가사키 주민들이 원폭 73주년을 맞아 9일 나가사키에 위치한 우라카미 성당에서 기도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UN 사무총장이 나가사키 평화기념식에 참석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원폭 피해지역인 히로시마(広島)엔 앞서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2010년 UN 사무총장으로서 처음 방문한 바 있다.
쿠테헤스 사무총장의 방문은 최근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핵 군축과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UN총회에서 핵무기 금지조약이 채택됐지만, 미국을 비롯한 핵보유국과 비보유국 간 입장차이로 발효되지 못하고 있어 진전이 없는 상태다.
방송은 "핵 군축 움직임이 국제적으로 정체되고 있는 가운데 구테헤스 사무총장은 평화기념식에서 '핵없는 세상'에 대한 지지 메시지를 발표했다"고 전했다.
한편, UN은 최근 미국을 비롯한 회원국들의 분담금 미납으로 현금 고갈 위기에 직면한 상태로 알려졌다. 가맹국들이 분담금 납입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193개 UN회원국 중 81개국이 분담금을 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UN 전체 예산의 22%를 분담하는 미국 정부는 지난해 말 UN 분담금을 전년도에 비해 축소하겠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UN 분담금 비중은 2017년 기준 △미국 22% △일본 9.68% △중국 7.92% △독일 6.39% △프랑스 4.86% △영국 4.46%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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