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서 한국인 27일째 피랍…외교부 "사건당일 청해부대 파견"
리비아정부 통제 밖 무장민병대 소행…현지 매체, 영상 공개
외교부 "납치세력, 정체 밝히지 않아...요구사항 제시할 듯"
[서울=뉴스핌] 이고은 기자 = 지난달 6일(현지시간) 리비아에서 한국인 1명이 무장단체에 납치돼 27일째 억류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건 발생 당일 청해부대를 인근 해역으로 급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지난 7월 6일 리비아 서부 자발 하사우나 지역에서 무장민병대가 현지 한 회사의 캠프에 침입해 한국인 1명과 필리핀인 3명을 납치하고 물품을 빼앗았다. 사건 발생 직후 회사 관계자가 피해를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납치세력은 신원과 정체에 대해 밝히지 않고 특별한 요구사항도 제시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특이한 것은 현지 매체가 공개한 동영상에서 납치세력이 신원과 정체를 밝히지 않고 특별한 요구사항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1일 영상이 공개된 만큼 조만간 요구사항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지 지방 부족세력과 연계된 무장민병대가 이들을 납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리비아는 내란 등으로 완전한 통합이 이뤄지지 않아 지방은 정부 통제 밖에 있다. 때문에 납치세력과의 접촉이나 은신처 파악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리비아대사관은 납치 신고를 접수한 직후 대사를 반장으로 하는 현지 비상대책반(재외국민대책본부)을 가동했다. 현재 리비아 외교부와 내무부 등 관계 당국을 접촉해 사건 해결을 위한 협조를 요청한 상태다. 리비아 정부는 우리 정부의 요청에 협조하며 지방 부족세력에 대한 설득과 압력 행사를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치안 활동을 벌이고 있는 리비아 군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아울러 합동참모본부는 문 대통령 지시에 따라 사건 발생일 저녁 아덴만에서 임무 수행 중인 청해부대를 인근 해역으로 급파했다. 청해부대는 한국 선박들을 소말리아 해적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아덴만에 파견된 해군 부대다.
외교부 당국자는 "사건 발생 이후 총력 대응하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정부의 기본적인 의무사항이라, 안전에 최우선을 두고 리비아 정부와 긴밀하게 공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이번 피랍 사건에 대해 그동안 엠바고(보도 유예)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날 리비아 현지 언론을 통해 피랍 영상이 공개되면서 엠바고가 불가피하게 해제됐다.
이날 '218뉴스'라는 리비아의 한 매체는 페이스북 계정에 납치 피해자들의 모습을 공개했다. 자신이 한국인이라고 밝힌 남성은 영어로 "대통령님, 제발 도와달라. 내 조국은 한국이다(please help me, president, our country South Korea)"라고 말했다.
이 남성은 "나는 너무 많이 고통받고 있다(too much suffering, too much problem), 나로 인해 아내와 아이들의 정신적 고통이 너무 심하다(my wife, children too much headache regarding me)"고도 했다.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