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신고하라” 넋 놓은 치안당국
외국인들 "돈 갚겠다" 뒤늦게 연락 취해와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서 한국인들에게 돈을 편취해왔다는 의혹을 받는 미국인이 보호관찰 대상 중범죄자로 드러나 지역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동종범죄 전과자의 범행을 알려도 “정식으로 신고하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치안당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최근 서울의 핫플레이스 홍대에는 ‘외국인 주의보’가 내려졌다. “돈을 빌려 달라”며 한국인에게 접근, 갚지 않는 수법으로 현금을 가로챈 외국인 사기 범죄에 당했다는 제보가 쏟아졌다.
이들은 “부모님 때문에 급히 공항에 가봐야 하는데 현금이 모자라다”, “부산으로 공연을 하러 가야하는데 교통비를 잃어버렸다”는 식으로 ‘페이백(돌려주겠다)’을 강조했다. SNS 계정이나 여권사진 등을 공유해 피해자를 안심시킨 후 잠적하는 방식으로 돈을 가로챘다.
머그샷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현재 복수의 제보자로부터 혐의를 받고 있는 외국인은 미국 국적의 20대 남성 두 명이다. 이 중 A(27)씨는 12차례의 금융사기·지폐위조·위조지폐사용·절도 등 혐의로 지난 2013년부터 미국 경찰의 보호관찰을 받고 있다. 집행유예가 끝나는 기간은 내년 3월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A씨는 서울 동교동·연희동·상수동 등 홍대 인근에서 한국인에게 상습적으로 금전을 요구했다. 돈을 주지 않으면 ATM으로 가자고 하거나 집요하게 뒤쫓아 오는 식이다.
피해자 도모(31)씨는 “저 일당에게 당한 피해자가 100명을 넘을 것”이라며 “직접 확인한 피해자만 해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1인당 피해액수가 크지 않아 다들 나서길 꺼린다”며 “다시 외국으로 도망하기 전에 빨리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국인 전과자의 동종범죄 혐의가 신고 됐지만 미적지근한 치안당국의 대응에도 비판이 쏟아진다. 도씨는 “전화로 5번이나 신고했지만 경찰은 큰 경찰서에서 정식으로 신고해야 정식수사가 시작된다고만 하더라”며 “문제를 공론화하려다 외국인들의 협박까지 받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문제의 외국인들은 온라인에서 피해 사실을 알린 일부 피해자들에게 접근, 뒤늦게 "돈을 갚겠다"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