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I'll be back.”
30일 첫 내한 공연을 마친 켄드릭 라마의 말이다. 첫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부분은 있었지만, 그의 공연은 어느 때보다 핫하고 힙했다. 연일 기승을 부리는 무더위도 문제될 것은 없었다.
‘힙합계 음유시인’으로 불리는 켄드릭 라마는 이날 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24-KENDRICK LAMAR’의 주인공으로 참여해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자신을 찾은 2만명의 팬들과 함께 뜨겁게 호흡했다.
켄드릭 라마 [사진=현대카드] |
공연의 이번 타이틀이자, 지난해 발매한 ‘댐(DAMN.)’의 수록곡 ‘DNA’로 시작됐다. 그래미 어워즈 5관왕의 영예를 안긴 정규 4집의 수록곡이 첫 곡으로 흘러나오자 관객들은 열광했다. 무대에 오른 그는 관객석을 눈에 담으며 강렬한 래핑을 이어갔다.
초반에 열기를 달구려고 하듯 ‘엘리먼트(ELEMENT)’와 흑인 소설가 앨릭스 헤일리 ‘뿌리’의 영감을 받은 곡 ‘킹 쿤타(KING KUNTA)’, 영화 ‘블랙팬서’ 사운드 트랙에 삽입된 ‘빅 샷(Big Shot)’, 본인이 피처링한 트라비스 스콧의 ‘구스 범프스(Goose Bumps)’까지 연달아 선보였다.
라마는 처음 찾은 한국이지만, 멘트보다는 무대에 집중했다. 곡 중간 중간 팬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제스처로 공연장 분위기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콜라드 그린즈(Collard Greens)’, ‘스위밍 풀즈(Swimming Pools)’, ‘백시트 프리스타일(Backseat Freestyle)’ 등의 노래로 모두가 뛰어놀 수 있는 장을 선사했다.
켄드릭 라마 [사진=현대카드] |
그의 ‘DAMN.’ 앨범 중 국내 팬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은 ‘로열티(LOYALTY)’에서는 아쉬운 상황이 발생했다. 해당 곡을 부르던 중, 두 차례의 음향사고와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던 전광판이 블랙아웃 되면서 장내는 금방 술렁였다.
하지만 라마는 음향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곡을 불러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로열티’의 무대가 끝난 후, 장내는 순식간에 암흑으로 변했다. 무대 재정비의 시간이었을까. 켄드릭 라마는 “신나게 파티를 즐겨보자”고 외치며 ‘러스트(Lust)’와 ‘머니 트리스(Money Trees)’로 열기를 이어나갔다.
켄드릭 라마 [사진=현대카드] |
쉼 없이 몰아치는 공연에도 켄드릭 라마는 지치는 내색 없이, 완벽한 딜리버리로 래핑을 쏟아냈고, 관중들도 열광하며 손을 흔들고 쏟아지는 랩에 몸을 맡기며 오롯이 음악을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시대를 통찰하는 가사로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준 라마는 각각의 무대마다 다른 표정과 제스처로 자연스레 팬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아메리카(America)’, ‘갓 블레스 아메리카(GOD Bless America)’, ‘매드 시티(MAAD City)’, ‘프라이드(Pride)’까지.
공연의 후반부로 갈수록 그의 진가는 빛을 발했다. 히트곡부터 예전의 명곡들을 적절하게 섞은 세트 리스트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만들었다.
켄드릭 라마 [사진=현대카드] |
관객들은 ‘러블리(Lovely)’가 흘러나오자 다 같이 떼창을 시작했고, 라마는 자연스레 마이크를 객석으로 넘기며 호흡했다. 곡의 달콤한 분위기는 다시 한 번 ‘BDKMV’로 깨졌다.
온 무대를 누비며 공연을 이어가던 그는 ‘올라이트(Alright)’, ‘험블(Humble)’로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다. 마지막 곡이 끝나자, 객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앙코르’를 외쳤고 라마는 영화 ‘블랙팬서’ 사운드 트랙의 메인 곡인 ‘올 더 스타즈(All the stars)’로 첫 내한 공연을 마무리했다.
켄드릭 라마의 공연은 말 그대로 짧고 굵었다. 한 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쉼 없이 20곡을 소화했다. 그리고 한국 팬들에게 “I'll be Back”라는 말을 남기며 아쉬움을 달랬다.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