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계((高電界)하 전류 증폭하는 ‘애벌런시’ 현상 최초 규명
KIST·서울대 연구.."차세대 웨어러블 응용소자 구현에 크게 기여"
[서울=뉴스핌] 김영섭 기자 = 최근 전자 소자의 크기가 수 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 이하로 작아졌다. 이렇게 되자, 반도체 층이 강한 전기장 환경에 노출될 때는 반도체 내부의 높은 전류에 의한 열로 인해 소자 동작에 실패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했다. 하지만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번에 국내 연구진이 ‘꿈의 소재’ 그래핀(Graphene)과 같은 이차원 물질을 활용한 이차원 반도체의 점점 작아진 소자 크기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이런 물리적 현상, 전기적 특성 변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연구결과를 내놨다.
30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이병권)에 따르면 KIST 광전하이브리드연구센터 정승준 박사팀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이탁희 교수팀과의 공동연구에서, 강한 전기장 하에서 이차원 신소재인 이황화 몰리브덴(MoS2) 전계효과트랜지스터의 임계전압 후 전류 증폭이라는 독특한 물리적 현상의 원인이 ‘전자사태 항복(애벌런시·avalanche breakdown)’ 현상임을 밝혔다.
이황화 몰리브덴(MoS2) 전계효과트랜지스터에서의 애벌런시(아발란체) 현상 연구 : (a) 채널 길이에 따른 아발란체 현상. (b) 아발란채 현상 설명을 위한 밴드다이어그램. (c) MoS2 두께에 따른 임계전기장(ECR). (d) 충격이온화율 (Impact Ionization Rate). |
‘전자사태 항복’이란 반도체 속의 강한 전계에 의해 새로운 캐리어를 발생하는 과정이 반복, 이때 생기는 전류의 증폭에 의해 현저하게 전기저항이 작아지는 상태다.
전계(電界)효과트랜지스터((electric) field-effect transistor·FET)란 표면적에 비해 아주 얇은 박막(薄膜·thin film) 형태의 반도체에 흐르는 전류에 대해 이와 수직인 전계(電界·electric field)를 가해서 전자 흐름을 다른 전극으로 제어하는 전압 제어형 반도체를 말한다.
특히 연구진은 전류 증폭의 임계전압은 이차원 반도체의 두께에 따라 변화한다는 것을 규명했다. 두께가 두꺼울 때 임계전압이 낮아지고 두께가 얇을 때 임계전압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차원 신소재 중 이황화 몰리브덴은 박막화가 용이해 초박막 웨어러블 전자소자에 응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잘 휘어지고, 투명한 속성, 높은 전하 이동속도를 갖는 차세대 웨어러블 반도체 소재로 크게 주목 받고 있다.
정승준 박사는 “향후 초박막 이차원 반도체와 전자재료의 기반이 될 차세대 웨어러블 응용소자 구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이번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으로 KIST 기관고유사업과 한국연구재단 창의연구단 과제로 수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ACS Nano’ 최신호에 게재됐다.
◆ 연구자가 직접 전하는 ‘연구이야기’
논문 교신저자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정승준(왼쪽) 선임연구원과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이탁희(가운데) 교수, 사진 왼쪽은 제1저인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박진수 박사과정 연구원 [사진제공=KIST] |
- 이번 성과 뭐가 다른가.
▲ 게재 논문명은 ‘Two-Dimensional Thickness-Dependent Avalanche Breakdown Phenomena in MoS2 Field-Effect Transistors under High Electric Fields’이다. 이 논문에서 우리는 이차원 물질 기반의 전계효과트랜지스터에서 물질 두께에 따라 변화하는 아발란체 현상을 최초로 관측하고 분석했다. 또 이차원 물질에서 전자수송방식이 현재까지 정확하게 설명되지 못했는데, 이차원 물질에서의 임계전기장-밴드갭(critical electric field-band gap) 관계가 ‘band-like 전자수송방식’으로 설명되는 삼차원물질에서의 관계와 잘 들어맞는 것을 관측했다.
- 어디에 사용할 수 있나.
▲ 이차원 물질들을 이용해 ‘아발란체 포토다이오드’를 제작한다면 웨어러블한 투명 고효율 광검출기로 사용될 수 있다. 또한 아발란체 특성을 이용한 전자 소자의 전기적 특성을 조절하는 데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연구를 시작한 계기는.
▲ 그래핀에 강한 전기장을 가하게 되면 열에 의해 그래핀이 데미지(damage, 손상)를 받으면서 그래핀 나노갭을 만들 수 있는 ‘Electo-burning 방법’이 기존에 있었다. 이 아이디어로부터 이차원 반도체 나노갭을 만들어 보기 위해 이번 연구를 시작했다. 이후 열에 의해 이차원 반도체가 물리적 데미지를 받기 전, 전류가 급증하는 현상을 발견하고, 이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 기대효과와 실용화를 위한 과제는.
▲ 이번 연구를 통해 이차원 물질의 두께에 따른 아발란체 현상을 이해할 수 있었다. 물질의 두께가 얇으면 아발란체 현상을 관찰하기 위해 강한 전기장이 요구되지만 충격 이온화율이 높은 장점이 있다. 반면에 물질의 두께가 두꺼우면 아발란체 현상을 관찰하기 위해 비교적 낮은 전기장이 필요하지만 충격이온화율이 낮은 단점이 있다. 이처럼 반도체층의 두께 조절을 통해 n형 이차원 반도체물질과 p형 이차원 반도체로 구성된 아발란체 포토다이오드의 물성을 조절할 수 있다. 또 전류가 증가함에 따라 발생하는 열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차원 반도체의 소자 열화 현상을 연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kimy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