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북미와 유럽, 아시아에서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일부 지역에서는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밀과 목화 등 농산품부터 전기까지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가뭄에 신음하는 텍사스에서는 목화가 말라 비틀어져가고, 프랑스 강물은 수온이 지나치게 높아져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를 냉각하지 못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밀 농사를 망쳤다.
글로벌 상품 시장이 기후 변화에 굉장히 취약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폭염과 가뭄으로 유럽부터 흑해지역까지 작물이 피해를 입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인 러시아의 생산량은 6년 만에 처음으로 줄었고, 프랑스와 독일 등 주요 밀 수출국에서도 작황량이 감소할 것이란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12월 인도분 밀 선물 가격은 지난 1개월 간 10% 가까이 뛰며, 이번 주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정치,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다. 이집트에서는 1억명에 가까운 인구가 빵 배급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집트의 밀 수입 가격이 이미 3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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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금융선물거래소의 밀 선물 가격 추이 [자료=블룸버그 통신] |
프랑스의 원자력 발전소도 전력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강 수온이 지나치게 올라 원자로를 냉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전기공사(EDF SA)는 폭염으로 인해 뷔제와 생탈방 지역의 원자력발전소 전력 생산량을 줄인다고 발표했다.
프랑스는 총 전력의 70% 이상을 58개 원자력발전소에서 얻으며 주변 유럽 국가에 에너지 순수출국이기 때문에, 프랑스 원자력발전소의 전력 생산량이 감소하면 유럽 대륙 전체에서 전기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경고했다.
뿐만 아니라 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독일 라인강 인근 석탄발전소 5곳에서 정전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전력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먼지 제거에 필요한 물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영국도 폭염으로 일부 발전소의 생산량을 줄였다.
무더위 속에 바람도 잠잠해져 풍력발전도 거의 멈췄다. 독일에서는 지난 10일 간 풍력발전량이 평년 대비 3분의 1 가량 줄었다.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덴마크, 스웨덴의 풍력발전도 모두 줄었다.
태양광 발전량은 일조량 증가에 힘입어 늘었지만, 풍력발전량 감소분을 상쇄하지 못하고 있어 천연가스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프랑스와 독일의 전기 가격이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고 영국은 최소 2009년 이후 최고치로 상승했다.
지난주 기온이 45.5℃까지 오르며 93년 만에 가장 뜨거워졌던 미국 텍사스의 전기 가격도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g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