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감독 조기도입 위해 정부입법대신 박선숙 의원 발의법안 대체
삼성 자본적정성 비율 328.9%→100% 초반대 급락 가능성
"경고음 켜진 것"...당장 팔지않더라도 대책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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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금융위원회가 '금융그룹 통합감독법'의 신속한 도입을 위해 정부입법이 아닌 의원입법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그룹의 자본적정성 비율은 기존 328.9%에서 100% 초반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그룹의 자본적정성에 경고음이 울리는 것.
삼성은 당장은 아니지만 삼성생명,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하거나 추가로 자본확충을 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금융권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박선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금융그룹 통합감독법안'이 정무위에 접수됐다.
금융위는 박 의원이 발의한 법안과 함께 추가 법안이 발의될 경우 병합해 신속하게 법안이 통과되도록 힘쓰겠다는 계획이다. 당초 금융위는 정부입법 형식으로 금융그룹 통합감독법 도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정부안과 박 의원 법안에 차이가 없고,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의원법안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박선숙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 내용이 당초 금융위가 발표한 내용 및 법안 초안과 유사하다"며 "정무위에 법안이 접수됐고 정부입법으로 발의할 필요성이 없어졌다"고 전했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부법안을 통해 추진할 경우 절차가 길어진다"며 "절차상으로 빨리 진행하기 위해 의원입법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그룹 그룹리스크의 주요 유형 <이미지=금감원> |
앞서 금융위는 지난 2일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 모범규준'을 시행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는 은행은 없지만 금융회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그룹이 동반 부실해지는 위험을 막고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해 마련됐다.
감독 대상은 금융자산 5조원 이상 복합금융그룹(여수신·보험·금융투자 중 2개 이상 권역을 영위하는 금융그룹)으로 삼성, 한화, 현대차, DB, 롯데 등 5개 그룹과 교보생명, 미래에셋 등 2개 금융그룹이다. 적정 자본비율을 준수해 그룹 건전성을 관리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모범규준은 행정지도인 만큼 강제력이 없다. 이에 금융위는 금융그룹통합감독법 입법을 추진해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재벌개혁의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폐단이 일어날 소지를 제거하고 반복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대표적으로 금융그룹 통합감독 제도를 꼽았다.
최 위원장은 "모범규준을 시행하고 있고 법안 마련을 추진중에 있다"며 "이를 통해 금융회사가 사금고화 되는 걸 차단하고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이 발의한 금융그룹통합감독법은 금융위의 모범규준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다. 모범규준에 △자본의 중복이용 △집중 위험 △그룹 내 전이 위험 등 3가지 항목을 평가해 그룹이 어느 정도 자본을 쌓아야 할지가 규정돼있다.
금융그룹통합감독법이 시행되면 각 금융그룹은 정부가 요구하는 자본적정성을 갖춰야 한다. 즉 필요자본(위기 시 필요 최소 자본) 대비 적격자본(손실흡수 능력) 비율이 최소 100%를 넘어야 한다. 그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추가로 자본 확충을 해야 한다.
작년 말 기준 삼성그룹의 자본적정성 비율은 328.9%다. 적격자본이 57조1408억원이고 필요자본은 17조3738억원.
하지만 모범규준에선 계열사간 복잡한 출자를 통해 외부자금 수혈 없이 가공의 자본을 창출하는 '자본의 중복이용'을 적격자본에서 제외한다. 또한 계열사별로 따로 보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그룹 전체로 합하면 위험이 과도하게 한 군데로 집중되는 '위험의 집중'은 필요자본을 가산하는 방식으로 반영된다. 계열사 하나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다른 계열사까지 동반부실화되는 '계열사간 전이위험' 역시 필요자본을 가산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중복자본을 적격자본에서 차감하고 전이위험을 반영해 필요자본을 가산하면 삼성의 자본적정성 비율은 221.2%로 하락한다. 중복자본 차감금액은 6조2933억원, 전이위험 가산금액은 6조886억원으로 추산된다.
특히 집중위험이 한도를 초과하는 그룹은 삼성 뿐이다. 금융위는 은행과 보험사의 경우 비금융사 출자분에 대해 '개별 비금융자회사 출자액 중 자기자본의 15%를 초과하는 금액 전부'를 필요자산에 가산하도록 했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은 5억81만주(7.92%)로 시가 23조7051억원(6월말 종가기준)이다. 1분기 현재 삼성생명의 자기자본은 29조8000억원으로 자기자본의 15%(4조4700억원)를 초과하는 삼성전자 지분 금액은 19조2351억원이다. 필요자본에 최대 20조원을 추가해야 한다. 이 경우 적격자본 50조8475억원에 필요자본 42조8975억원이 되기 때문에 자본적정성 비율은 118%로 급락하게 된다.
삼성이 자본적정성 최소 요건이 100%는 넘어 법 시행 이후에도 당장 자본확충을 해야 하는 건 아니다. 다만 금융당국은 100% 초반대까지 하락할 수 있고 투자를 늘릴 경우 부담이 되는 만큼 (삼성생명의 전자) 지분을 매각하거나 자본확충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본적정성 기준이 확정되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서 기준을 맞추든 추가된 집중위험 만큼 자본확충을 하든 회사가 선택할 문제"라면서도 "100%에 근접해 있으면 경고음이 켜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종 자본적정성 수치에서) 자본을 쌓을 때 총자산이나 자기자본의 몇 %를 쌓아야 된다는 세부적인 조정은 있겠지만 큰 틀 자체는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