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탈북', '한반도 운전자론' 운운…'南 경제위기' 주장도
문성묵 "南의 대북제재 해제 노력 불만…단발성으로 안 끝날 것"
홍민 "南서 '기획 탈북' 논란, 가만히 있을 수 없었을 것"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북한이 관영 매체를 동원한 대남비난 공세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여종업원 탈북’, ‘한반도 운전자론’, ‘경제위기’ 등 소재도 다양하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2일 ‘남조선 경제위기와 민생파탄에 대한 심각한 우려’라는 제목의 글에서 “남조선(남한)에서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있어 각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경제위기로 수많은 기업체가 문을 닫거나 합병되는 통에 노동자들이 무리로 해고돼 실업자로 전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그러면서 “지금 남조선에서는 경제위기의 영향 속에 기업경영에서 실패한 중소기업가들, 생활난에 시달리고 빚에 쫓기던 수많은 사람이 사회현실을 저주하며 자살하고 있다”며 “생활난은 노동자들을 비롯한 각계층 인민들을 ‘반정부 투쟁’으로 떠밀고 있다”고도 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22일자 6면 일부.[사진=노동신문] |
전날에는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진 중국 내 북한식당 여종업원 집단 탈북은 ‘기획 탈북’이라며 이들을 시급히 송환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8.15 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연계하며 “장애가 생길 수 있다”는 협박도 가미했다.
신문은 이날 ‘감출 수 없는 강제유인 납치범죄의 진상’이라는 글을 통해 “여성 공민들의 소환문제가 시급히 해결되지 않으면 일정에 오른 북남 사이의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은 물론 북남관계의 앞길에도 장애가 조성될 수 있다”면서 “우리는 향후 남조선 당국의 태도를 주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조선중앙통신도 ‘인도주의 문제해결 의지는 위선인가’라는 논평을 통해 “우리 여성공민들의 송환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초미의 문제”라며 “그러나 남조선 당국은 아직도 이 문제해결에 올바른 태도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통신은 이어 “전 보수 ‘정권’의 반인륜적 악행으로 말미암아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이산가족들을 그대로 두고, 갈라진 혈육들의 피타는 호소를 외면하고 돌아앉아 이산가족의 아픔을 운운하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2016년 4월 7일 북한 해외식당서 집단 탈출한 여종업원 12명이 국내에 입국한 모습.[사진=통일부] |
노동신문은 지난 20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싱가포르 렉처’ 발언을 겨냥, “쓸데없는 훈시질”이라며 ‘한반도 운전자론’을 정면 비난했다.
정부는 북한의 대남비난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대응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의미 없는 ‘말싸움’은 대신 어렵게 조성된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한 매체의 대남비난 공세가 ‘단발성’이 아닌 당분간 지속될 것이며 정부의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놓는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 입장에서는 통일농구대회 등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자신들은 노력하고 있는데, 우리는 거기에 못 미치고 있다고 보는 것 같다”라며 “특히 대북제재 해제를 두고 적극적인 행보가 안 나오는 것에 대한 일종의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 센터장은 이어 “또한 이산가족 상봉 행사 무산 등의 일이 발생하더라도 이 모든 책임을 우리 측에 전가할 사전 포석 깔기 일 수도 있다”면서 “이에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자제해왔던 대남비방을 이번에 재개했고, 향후 수위를 높여 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반면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남측에서 ‘기획 탈북’ 논란 등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가만히 있기 곤란한 측면이 있었을 것”이라며 “또한 종전선언을 미국이 수용하게끔 해야 하는데 이를 두고 남측이 침묵하고 있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때문에 남북 이산가족 연계 가능성 시사 등을 언급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