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무대화
내달 12일까지 대명문화공장 1관에서 공연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소설로도, 영화로도 이미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번에는 뮤지컬이다. 국내 제작진에 의해 창작뮤지컬로 탄생된 '용의자 X의 헌신'은 원작의 스토리를 충실히 따라가면서도 뮤지컬만이 가지는 장점을 십분 발휘해 더욱 매력적으로 완성됐다.
뮤지컬 '용의자 X의 헌신' [사진=달컴퍼니] |
뮤지컬 '용의자 X의 헌신'(연출 정태영)의 원작은 일본 추리소설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소설이다. 천재 수학자 이시가미가 옆집에 사는 여자 야스코의 살인 사건을 알게 된 후 알리바이를 만들어주고, 담당 형사 쿠사나기로부터 사건을 접한 천재 물리학자 유카와는 흥미를 느끼며 문제를 풀어나가는 내용이다.
'이시가미' 역을 맡은 배우 최재웅은 맞춤옷을 입은 듯하다. 숫자를 사랑하고 난제를 푸는 것에 행복을 느끼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수학교사가 된 이시가미의 전사(前史)를 첫 등장하는 발걸음부터 느낄 수 있게 만든다. 조심스럽지만 치밀하게 진행되는 유카와와의 두뇌싸움, 삶의 희망을 가지게 해준 야스코를 사랑하며 자신을 희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까지 모두 그의 연기 자체가 설득력을 만든다.
뮤지컬 '용의자 X의 헌신' [사진=달컴퍼니] |
살인 사건의 진범이 아닌 이시가미의 의도대로 수사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시가미가 전력을 다해 야스코를 도와주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관객들은 사랑이 가지는 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최재웅은 이성적이던 이시가미를 사랑으로 인해 어떻게 감성적으로 변하는지 섬세하게 표현해나간다. '용의자 X의 헌신'이 '추리소설이지만 결국은 멜로'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이시가미가 야스코를 도와주는 이유는 공연 말미에야 공개된다. 이미 다양한 콘텐츠로 결말을 알고 있음에도 몰입할 수 있는 이유는 그와 대립하는 '유카와' 역의 신성록 덕분이다. 능글맞으면서도 집요하고 가끔 보여주는 익살스런 표정이 어두운 무대 위 한줄기 빛이 된다. 관객과 같은 관찰자의 시선으로 이시가미를 분석하면서 극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주도하기도 한다.
뮤지컬 '용의자 X의 헌신' [사진=달컴퍼니] |
뮤지컬이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건 넘버다. 한 번 들어도 기억에 남고, 극의 분위기를 더욱 깊게 만드는 멜로디는 좋다. 그러나 여러 넘버가 그저 사건의 진행 과정을 빠르게 전개하기 위해 사용되면서 감성보다는 도구적 활용이 아쉽다. 긴장감을 높이는 음향효과, 기하학적 도형을 형상화한 듯한 조명의 활용은 효과적이다. 2층으로 구성돼 단조로울 수 있는 무대를 조명이 살린다.
뮤지컬 '용의자 X의 헌신'은 오는 8월12일까지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공연한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