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근희 기자 = '발암물질 고혈압약' 사태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600만 명의 고혈압 환자들은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다. 약에 발암물질이 들었다는 사실 자체도 문제였지만, 환자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른다는 사실에 더 불안해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의약품 리콜 시스템과 환자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유럽의약품청(EMA)이 중국산 원료의약품 발사르탄에서 발암 가능 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을 발견한 이후 발암물질 고혈압약 사태가 전 세계를 덮쳤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7일 주말 EMA의 발표가 나자마자 발 빠르게 관련 제품 판매 중지 조치를 내렸다.
식약처는 7일 낮 12시께 문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82개사의 219개 품목의 판매 및 제조를 잠정 판매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주말 사이 식약처는 문제의 원료를 실제 사용한 제품들을 가려냈고, 최종적으로 54개 업체의 115개 품목에 대해 판매를 중지 및 회수 조치를 했다.
식약처의 이러한 선제 조치는 적절한 대처였다. NDMA의 유해성이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과정에서 보건 당국은 환자들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 실패했다. 식약처가 판매 중단을 발표하면서 사전에 의료계와 협의하지 않은 탓에 환자들은 주말 동안 불안에 떨어야 했다. 9일 평일이 되자마자 환자들은 병원에 몰려갔지만 그때까지도 보건 당국이 관련 대처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환자들은 발암물질이 있는 약을 먹을 수도, 그렇다고 원칙적으로 거르면 안 되는 고혈압약을 먹지 않을 수도 없었다.
보건복지부가 환자 대처 방안을 내놓은 것은 9일 저녁 8시께였다. 이미 식약처가 9일 최종 판매 금지 품목을 확정 발표한 뒤 두 시간 뒤였다. 식약처의 7일 첫 발표 이후로는 이틀이나 걸린 셈이다. 이미 환자들이 자기 부담금을 내고 재처방을 받은 후였다.
업계와 의료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의약품 리콜 매뉴얼과 시스템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제 발생을 사전에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제 발생 후 환자들의 불안과 혼란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의약품 문제 사태는 약 자체에 대한 환자의 신뢰를 떨어트린다는 점에서 후속 대처에 빈틈없도록 해야 한다. 보건 당국은 앞으로 유사한 상황이 생길 때 환자의 불안을 줄여줄 수 있는 리콜 시스템 매뉴얼과 약 교환 및 환급 정책 등 가이드라인을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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