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고, 살아남은 누군가는 더 힘들어질 뿐"
알바생마저 회의적... 월급은 늘었는데 매출은 그대로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16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윤명희(40)씨는 올해 초 아르바이트생 한 명을 해고했다고 했다. 대신 다른 사람들의 근무 시간을 조금씩 늘렸다고 밝혔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매출이나 소비가 확대된다는 말은 거짓말"이라며 "결국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고, 살아남은 누군가는 더 힘들어질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편의점주 이모(39)씨는 "이제 정말로 한계에 봉착했다"며 "최저임금을 인상해도 물가가 올라가니 결국 악순환의 연속인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씨의 편의점에선 총 4명(평일오후·주말오전·주말오후·주말야간)의 아르바이트생이 근무한다. 평일 오전엔 자신이 일하고. 평일 새벽 시간대에는 자신의 늙은 어머니가 대신 일을 봐준다고 했다.
그는 높아진 임금에 걸맞은 노동력이 제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흔히 일본과 비교하며 최저임금을 올리자고 하는데, 일본 아르바이트생 중에 핸드폰하는 사람 봤느냐"고 반문했다. 또 "툭하면 근무 이탈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은 나라에서 지켜줘야 하는 사회적 약자고, 뼈 빠지게 일하는 우리는 악덕업주인 것이냐"고 말했다. 이씨의 목소리에는 설움이 담겨있었다.
최저임금 인상은 영세업자들의 억눌린 불만을 터뜨리는 기폭제에 가까웠다. 참다참다 억눌린 분노가 '손대니 톡하고' 한꺼번에 터져 나온 듯 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5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을 8350원으로 의결했다. 올해 대비 10.9%라는 급격한 인상률에 영세 자영업자들은 아우성을 쳤다.
류장수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공익위원들이 14일 오전 '제15 전원회의'를 통해 내년도 최저임금을 8350원으로 결정 짓고 브리핑을 열고 있다. 2018.07.14 [사진=뉴스핌DB] |
남편과 함께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애경(45)씨는 본사를 향한 불만을 쏟아냈다. 김씨는 "내가 가져가는 수익을 근무시간으로 계산해보면 최저임금도 못 받는다"라며 "아르바이트생은 노동청에 항의라도 하지, 우리는 하소연할 곳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열심히 일해서 높은 매출을 기록하면 본사가 가져가는 몫이 더 커진다"며 "공산당 사회도 아니고 이럴 수가 있느냐"고 항변했다.
12년 동안 서초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정인기(60)씨는 더불어민주당 당원이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모두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줬다. 그는 최저임금보다 임대료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씨는 "우리 가게 주변 건물이 비어있는 이유는 최저임금 때문이 아니고 비싼 임대료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근 건물에서 떡볶이를 판매하는 유나경(35)씨는 "적어도 임대료는 자신이 알고 계약한 것이고, 또 계약 기간에는 안 오르지 않느냐"며 정씨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다.
서울 명동거리에 한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 모습 (참고사진) /김학선 기자 yooksa@ |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의 대책으로 내놓은 '일자리 안정자금' 역시 영세업자들의 불만을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대다수의 영세업자들은 "일하기도 바쁘고, 툭하면 아르바이트생들이 관두는데 매번 어떻게 등록하느냐"며 "그저 세금폭탄에 불과하다"고 답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직접적 혜택을 받는 저임금 근로자들마저도 급격한 임금 인상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편의점 오전 아르바이트를 하는 임종엽(26)씨는 "근무 시간이나 강도는 그대로인데 월급만 올랐다"며 "매출은 크게 늘은 것 같지 않아서 사장님이 걱정되긴 한다"고 말했다.
인근 독서실에서 근무하는 김기윤(28)씨는 "임금 인상으로 많은 문제가 터져나오는데, 왜 다들 가만히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재정으로 최저임금인상분을 지원하는 것은 투입자금에 비해 효과가 제한적이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며 "업종별, 지역별 차등적용을 포함해 생산성과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최저임금이 결정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unj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