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불복종' 조짐에도 후속대책 늑장
작년엔 하루만에 긴급대책…올해는 관망세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이 10.9% 인상되면서 소상공인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왠지 느긋한 모습이다.
지난해 7월 최저임금 결정 하루만에 '4조원을 투입하겠다'며 긴급 진화에 나섰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기재부 안팎에서는 최근 김동연 부총리가 주장한 '속도조절론'이 반영된 결과로 보고 나름 만족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 김동연, 최저임금 속도조절 만족했나…여론만 살피는 기재부
16일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인상된 시급 8350원으로 결정됐지만 정부의 후속대책이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의 경우는 최저임금위원회가 7월15일 최저임금을 확정하자 이틑날인 16일 관계부처 종합대책을 긴급하게 발표하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 나섰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만나 경제·금융현안을 논의했다. 이날 이 총재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8.07.16 leehs@newspim.com |
하지만 올해는 실무를 담당하고 소관과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기재부 경제구조개혁국 담당자는 "일단 (최저임금 파장을)보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대책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기재부 다른 관계자도 "관계부처 간 협의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발표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느긋한 입장을 보였다. 지난해처럼 관계부처 긴급대책 예상했지만, 최저임금 후폭풍 속에도 김동연 부총리가 찾은 곳은 한은 총재와의 조찬회동이었다(사진 참고).
기재부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해 관가에서는 '속도조절론'을 주장했던 김동연 부총리의 입김이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보고 결정된 인상률에 나름 만족하고 여론의 동향에 따라 후속대책의 강도를 조절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부총리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정책에 대해 일찍이 '속도조절론'을 주장했지만 청와대 경제팀과 이견을 드러내며 갈등설까지 불거졌다.
그러나 최저임금 결정 하루 전인 지난 13일 김 부총리는 다시 속도조절론 필요성을 제기했고 다음날 최저임금위원회는 10.9% 인상을 결정했다. 이는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위한 목표치 15.2%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이다.
◆ 소상공인 분노 폭발…중기부·고용부 달래기 급급
반면 최저임금 주무부처인 고용부와 소상공인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기재부와 달리 분주한 모습이다. 홍종학 중기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중소기업들과 긴급간담회를 갖고 적극 진화에 나섰다.
홍 장관은 "중소기업과 영세상인의 목소리를 정부 부처와 국회에 전달하겠다"며 "더 나은 방안이 있다면 대책을 만들고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보완 대책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홍종학(왼쪽) 장관이 16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최저임금 인상, 중소기업 긴급 간담회'에서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의 모두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중기중앙회] |
하지만 중기부 입장에서는 분노를 표현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을 달랠 뿐 뾰족한 대안이 없는 게 사실이다.
고용부도 사정은 비슷하다. 소상공인들의 인건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는 일자리안정자금을 확대해야 하지만 기재부나 국회와의 협의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일자리안정자금은 국회가 '3조원 이내'에서 지원하기로 예산을 확정했고 정부는 2.9조원 수준에서 지원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일자리안정자금 예산 확대 여부는 아직 방향이 정해진 게 없고 좀 더 논의해 봐야 한다"면서 정부 내에서도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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