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푸틴과 좋은 관계 맺을 수 있을 듯"
美,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카드 내놓나
北 제재 완화 원하는 러, 비핵화 도움 요청하는 미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15일(현지시간) 밤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 도착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CNN 등 외신이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좌)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는 오는 16일 푸틴 대통령과 대면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있은지 불과 일주일도 안되서 열리는 러시아 정상과 회담이라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이날 CBS 방송과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러시아와 중국을 포함해 유럽연합(EU)을 미국의 "적(foe)"이라고 밝혀 나토 유럽국가들 사이에서 혼란을 야기했다는 게 FT의 진단이다.
나토는 1949년 소련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기구로, 이번 나토 회의에서 트럼프는 동맹국들이 충분한 국방비 분담금을 내고 있지 않다며 당장 국내총생산(GDP)의 2%로 끌어올리고 향후 국방비 지출을 GDP의 4%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지난 13일 영국에서 "우리가 함께 시간을 보낸다면 푸틴 대통령과 굉장히 좋은 관계가 맺어질 것 같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이들 사이에는 러시아 정부의 2016년 미 대선 개입 의혹이라는 난관이 있다.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은 지난 13일, 연방 대배심이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에 의해 제기된 러시아군 총정찰국(GRU) 소속 요원들에 대한 기소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기소된 러시아 요원들은 지난 대선에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캠프와 민주당전국위원회(DNC) 네트워크에 악성 코드를 침투시켜 자료를 해킹하고 자금세탁을 하는 등 총 11개의 혐의가 적용됐다.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미선 개입 의혹을 부인해왔으며 트럼프도 "러시아는 대선 개입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며 이를 두둔하는 입장이다.
트럼프가 러시아 대선 개입 의혹을 언급할 지 주목된다. CBS와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12명의 러시아 정보 요원들을 미국으로 소환하는 것을 푸틴에 요청하겠느냐란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것에 대해 확실히 물어는 볼 것"이라고 답했다.
이외에도 양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안은 다양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시리아 정부를 지원하는 푸틴은 미국의 우방국인 이스라엘이 가장 경계하는 이란의 시리아 내 세력을 약화하는 걸 돕겠다고 손을 내밀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신 트럼프는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를 제안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러시아의 2014년 우크라이나 내분 무력 개입, 크림반도 강제 병합과 서방 국가들의 대러 제재도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CNBC가 보도했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국제법 위반이라며 크림반도 병합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이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대러 제재를 가한 이유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지난 8일 열린 주요국가(G)7 정상회담에서 병합된 크림반도 "사람들이 러시아어를 쓴다"며 러시아 소유로 인정해야 한다는 발언을 해 서방 국가들을 놀라게 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줄곧 주장해온 바와 다르고, 자주적 영토를 무력으로 장악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대서양 연안 국가들의 정책과 상반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북한이 비핵화 합의를 이행하도록 푸틴에 도와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러시아는 북한의 제재 완화를 통해 국경 간 교통 확장과 경제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양 강대국 간의 핵무기 경쟁도 중요한 사안이다. 두 정상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이 서명한 신 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 Treaty) 갱신 여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인데, 이 조약은 2021년에 만료된다. 조약 만료는 향후 미-러 핵무기 경쟁이 촉발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FT는 양국이 어떤 합의를 이룰 지 알 수 없지만 푸틴 대통령에 있어 트럼프와 회담 성사 자체가 일종의 승리일 거라고 진단했다. 러시아가 서방국가들과 사이가 좋지 않고, 유럽 국가들이 외교적으로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기회라는 설명이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