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물가 등 국내 경기 지표 부진
미·중 무역전쟁 심화 수출 타격 우려
[서울=뉴스핌] 민지현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50%로 동결했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 심화와 고용 지표를 중심으로 국내 경기가 부진한 점, 낮은 물가 상승률 등이 금리 인상을 가로막았다.
금통위는 12일 본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연 1.25%에 1.50%로 0.25%포인트 인상한 후 8개월 연속 제자리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이번 금리 동결의 배경엔 고용 부진의 심화와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 미중 무역갈등 심화에 따른 수출 둔화 우려 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고용동향에서 6월 신규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대비 10만6000명(0.4%) 증가에 그쳤다. 특히 제조업 취업자는 12만6000명 감소해 석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이 같은 고용 상황은 금융위기 직후 2008년 9월부터 2010년 2월까지 5개월 연속 10만명대에 머문 이후 가장 좋지 않은 것.
고용 지표 뿐 아니라 부진한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금리 인상을 지연시켰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5%,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에 그치며 한은의 물가 목표치 2%를 크게 하회했다.
박상현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압력이 당분간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며 "유가가 상승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소비 및 투자 둔화에 따른 수요견인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지 않아 하반기 소비자물가는 1% 중후반 흐름을 이어갈 공산이 높다"고 진단했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되고 있는 점도 금리 동결의 배경이다. 미국과 중국이 우리나라 1,2대 수출국인데다 중간재 수출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대중국 수출 의존도는 25% 수준이었으며 중국으로 수출한 품목 중 70% 이상이 중간재다.
수출 증가세는 최근 둔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수출액은 14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다. 지난 4월 수출은 1.5% 감소, 5월에는 13.2% 증가했지만 6월들어 다시 4.8% 감소하며 불안정한 흐름을 보였다.
국내 경제지표들이 금리 인상에 걸림돌이 됐으나 한-미 간 금리 격차 확대와 금리를 올릴 수 있을 때 올려 통화정책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은 한은의 금리 동결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지난 6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위원회(Fed)가 금리를 인상해 한-미 간 역전된 기준금리 차이는 0.5%포인트로 확대됐다. 미국이 예정대로 연내 두 차례 금리 인상을 하게되면 0.75~1.00%포인트로 더 벌어진다.
일각에서는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로 우리나라도 금리를 따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내외 금리차에 따른 자본 유출 보다는 부진한 경제 성장세 회복에 초점을 맞춰 정책방향을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자금 유출입에 있어 내외 정책금리 격차와 함께 환율 변화에 대한 기대가 매우 중요한 변수"라며 "한미 정책금리 역전 폭이 확대되더라도 반드시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는 것이 아니며 원화 가치 상승(원화 절하)에 대한 기대가 형성될 경우 외국인 자금 유출이 억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달 금리 동결은 시장의 예측과 일치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 74개 기관 채권관련 종사자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9%가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jihyeon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