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단속 어려운 현실…운행 전 의무적 음주측정 제도 도입 필요성
[서울=뉴스핌] 윤용민 기자 = 만취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은 버스기사가 승객의 신고로 적발되는 아찔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시내 버스기사에 대한 음주단속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실적으로 운전 중인 버스기사에 대한 음주단속이 어려운만큼 차고지 출발 전 철저한 음주측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2일 서울서부지법 등에 따르면 마을버스 기사 서모(55)씨는 지난 2월 3일 술을 마신 상태로 마포구에서 약 12㎞ 구간을 운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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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음주측정을 한 결과, 서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취소 수치인 0.1%를 훌쩍 넘어선 0.179%로 나타났다. 운전은 물론 일상적인 생활조차 불가능한 만취 상태였다.
만약 계속 운행을 했더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서씨는 결국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문제는 이같은 음주사실이 승객의 신고로 적발됐다는 것.
버스기사의 음주는 자칫 대형사고로 연결돼 시민들의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음주측정 의무조항은 없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법상 운수업체는 음주운전을 하지 못하도록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지만 과태료 이외에 회사에 대해 별도의 불이익이 없어 사실상 강제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버스기사에 대한 음주여부 확인을 운수업체의 책임에 맡겼지만 그마저도 빈틈이 많다는 얘기다.
게다가 버스는 단속대상에서도 제외되는 경우가 많아 기사들 사이에서는 '마셔도 그만'이라는 인식도 팽배해있다.
익명을 요구한 버스기사 A씨는 "경찰들이 (음주운전을) 단속할 때 버스 중앙차로를 막는 경우는 없다"면서 "전날 밤에 먹은 술이 덜 깬 상태에서 (동료 기사가) 차를 몰고 나가는 걸 보면 사실 불안불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버스기사 B씨는 "10여년간 버스를 몰았지만 현장에서 음주단속을 당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며 "단속을 두려워하는 기사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실제 지난 5월 1일엔 제주 서귀포시에서 버스기사 C씨가 운전면허 정지 수준의 음주 상태에서 24㎞가량 운행하다가 술 냄새를 맡고 놀란 승객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C씨는 당시 경찰에서 "전날 밤에 과음을 했는데 술이 아직 깨지 않은 것 같다"고 진술했다.
상황은 이렇지만 그렇다고 경찰이 시시때때로 버스 중앙차로를 막고 강력한 단속을 하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음주 가능성이 낮은 버스기사를 대상으로 음주단속을 하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불특정 다수의 승객이 불안에 떨지 않기 위해서는 강력한 단속이 아니라 사전 예방을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며 "운수업체나 그 운수업체를 관리하는 서울시가 확실한 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주행 전 음주감지 의무화한다면 버스 음주운전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버스 음주운전 사고'는 2013년 159건에서 2016년 104건까지 줄었다가 2017년 253건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버스 음주운전 단속 건수'는 아예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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