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무역전쟁 리스크가 또 한 차례 뉴욕증시를 강타했다.
연간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발표에 투자 심리는 위축됐고, 중국의 보복에 대한 우려가 관련 종목을 중심으로 주가를 끌어내렸다.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투자가들 사이에 침체 경고가 꼬리를 물었고, 인플레이션이 가파르게 뛸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11일(현지시각) 다우존스 지수가 219.21포인트(0.88%) 떨어진 2만4700.45에 거래됐고, S&P500 지수는 19.82포인트(0.71%) 내린 2774.02를 나타냈다. 나스닥 지수는 42.59포인트(0.55%) 하락한 7716.61에 마감했다.
중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에 강경하게 맞설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관세 도입 방안에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협상을 통한 돌파구 마련이 어렵게 됐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서 발을 빼는 움직임을 보였다.
지금까지 관세 전면전에 비교적 느긋한 표정을 짓고 있던 투자자들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에 발표한 관세가 실제 시행될 경우 충격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다.
레녹스 웰스 어드바이저스의 데이비드 카터 최고투자책임자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이번 발표는 앞서 나온 경고와 차원이 다르다”라며 “관세 규모가 엄청난 데다 중국이 직접적인 보복 관세를 시행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맞대응에 대한 불확실성이 한층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따.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폴 애쉬워스 이코노미스트는 “정치권이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주의 정책에 제동을 걸지 못하는 상황이 투자자들의 긴장감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전했다.
물가 지표 역시 투자 심리를 압박했다. 이날 노동부가 발표한 6월 생산자물가는 연율 기준으로 3.4% 급등해 2011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전문가의 예상치인 3.1%를 뛰어넘은 수치다.
가뜩이나 물가 상승이 두드러진 가운데 전면적인 관세가 시행될 경우 모든 생필품과 자동차, 주택 가격까지 인플레이션이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다.
종목별로는 캐터필러가 3% 이상 급락했고, 쓰리엠과 보잉이 각각 2% 가까이 내렸다. 이들 종목은 중국 정부의 보복 관세 타깃으로, 무역 마찰이 고조될 때마다 하락 압박에 시달린다.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 심리가 고조, 국제 유가가 5% 급락한 가운데 에너지 섹터도 약세를 나타냈다. 셰브런이 3% 선에서 내렸고, 옥시덴탈 정유도 2% 이상 떨어졌다. 할리버튼 역시 3% 가까이 하락했다.
21세기 폭스는 스카이 인수 가격을 대폭 높였다는 소식을 악재로 4% 가까이 떨어졌고, 뜨거운 인수전을 벌이는 컴캐스트는 1% 선에서 상승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고조되면서 달러 인덱스가 0.6% 가량 뛰었고, 금 선물은 강달러의 영향에 1% 가까이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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